伊 ‘전국봉쇄령’에 교도소 폭동 확산…수감자 7명 사망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0일 11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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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0여개 교도소에서 폭동 벌어져
수감자들, 교도소 철문 부수고 도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폭증한 이탈리아에서 사실상 전 국민에 대한 이동 제한 조치가 예고된 가운데 전국 20여개 교도소에서는 폭동이 벌어졌다. 면회권이 박탈되자 수감자들이 반발을 일으키면서다. 이번 소동으로 수감자 최소 7명이 사망했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당국은 국민 6000만명의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령을 내리며 교도소 수감자와 가족들의 직접적인 접촉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수감자들은 전화, 혹은 영상통화로 가족들과 만나게 된다. 이같은 조치는 오는 10일부더 22일까지 적용된다.

정부의 강력 대책에 반기를 든 수감자들은 교도소 철문을 부수고 쏟아져 나왔다.

9일 오전 시작된 폭동은 10일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모데나 교도소에서는 수감자 3명이 사망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폭동 진압 과정에서 교도관 2명도 다쳤다.

이탈리아 법무부에 따르면 모데나 교도소에서 사망한 이들 중 두 명은 의무실에서 약물을 과다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 명도 얼굴에 푸른 빛이 돌고 있어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데나 교도소에서 다른 시설로 이송한 3명도 이후 사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이 먹은 약물은 헤로인 중독 치료에 사용되는 ‘메타돈’이라는 합성 진통제다. 약물 중독인 수감자들이 소란이 일어난 틈을 타 의무실에서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북부 밀라노의 산바토레 교도소에서는 수감자 십여 명이 교도소 지붕에 올라가 ‘자유’를 외치며 석방을 요구했다. 일부 수용자는 ‘코로나19 사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수감자들이 매트리스를 태우는 등 방화 사건도 이곳에서 벌어졌다.

남부 도시 포자 교도소에서는 이날 오전 폭동이 일어나 수용자 50여명이 탈옥했다. 30여명은 경찰에 다시 붙잡혔으나 20명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바티칸 테베레강변에 위치한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와 동부 외곽의 레비비아 교도소에서도 불이 번지며 소방당국이 출동했다.

매트리스를 태우며 발생한 유독가스로 수감자 중 한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여기에 수감자의 가족들도 시위에 나서며 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교도소를 담당하는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무정부 상태다”며 “정부는 교도소 경찰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교도소 내 수형자들 사이에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가족들과의 면회를 금지하며 공포를 자극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권단체 안티고네 측은 “교도소에서는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심각하게 퍼질 수 있다”며 “수감자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하루 폭동이 발생한 교도소는 전국 27개에 달한다고 법무부는 발표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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