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3개월 만인 10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처음 방문했다. 우한을 포함해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확연히 줄자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대내외에 선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9일 하루 동안 중국 전체에서는 19명의 추가 환자만 발생했다. 우한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2명밖에 늘지 않았다. 중국 당국 통계로 보면 이달부터 진정세가 뚜렷하다. 우한 이외 후베이성 지역에서 5일째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는 사흘 연속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 외에는 추가 감염자가 없었다.
하지만 8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중국에서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는데도 중국 지도부가 성찰보다는 선전에만 주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대대적 선전에 나선 中
관영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전 우한에 도착한 시 주석이 의료진, 군인, 주민센터 근무자, 경찰, 자원봉사자, 환자, 지역 주민 등을 위로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임시격리 병동 훠선산(火神山)병원을 방문해 “결연한 믿음으로 전염병과 전쟁에서 승리하자”고 말했다. 이 병원은 민간이 아닌 중국군이 관리한다.
관영 매체들은 이날 오전부터 시 주석의 우한 방문을 전했다. 보통 시 주석의 현장 시찰 일정이 끝난 뒤 보도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실시간으로 시 주석의 소식을 전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우한이 최악의 코로나19 상황을 맞았던 1, 2월에는 우한을 찾지 않아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우한 방문을 통해 ‘시 주석이 직접 진두지휘해 코로나19 종식이 임박했다’는 선전을 대폭 강화하고 책임론을 불식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경증 환자를 치료하는 우한의 팡창(方艙)병원 1곳이 환자가 모두 퇴원해 폐쇄됐다. 이에 따라 14곳에 달하는 우한의 팡창병원은 모두 문을 닫았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9일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에게 “중국의 노력은 중국 인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켰다. 각국의 방역을 위해 시간을 벌어줬다”고 자화자찬했다.
한편으로는 ‘역유입을 경계해야 한다’며 한국발 승객 격리 등 입국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10일부터 한국과 일본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도착 승객은 모두 베이징시 정부가 준비한 차량으로만 거주지 또는 호텔로 이동해 14일간 격리된다. 거주지가 없는 출장자 등 승객은 지정 호텔에 강제로 격리된다.
● “비극 기억 생생” 비판
왕중린(王忠林) 우한시 당 서기는 6일 “(시 주석의) 은혜에 감사하는 교육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발언을 철회했다. 후베이 현지 매체 창장(長江)일보에 따르면 당시 그는 “전 인민이 총서기(시 주석)와 공산당 은혜에 감사하고, 당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는 ‘수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고 수많은 가정이 가족을 잃었는데 감사 교육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우한의 코로나19는 아직 통제되지 않았다. 전 민중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왕중린이 시 주석에게 아부했다. 역겹다’ 등 비판이 속출했다. 이후 관련 보도가 모두 삭제됐다. 왕 서기는 8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한 인민들은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냈다. 정부가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지식인들도 초기 대응에 관한 성찰이 없는 당국의 태도에 우려와 비판을 제기했다. 사회과학원 출신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 씨는 홍콩 밍(明)보에 “당국은 나쁜 일을 좋은 일로 바꾸고 싶겠지만 인민들은 코로나19의 비극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정부의 진부한 선전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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