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열차 탑승객 삼엄한 검문 9일 이탈리아 밀라노 중앙역에서 군인들이 열차 탑승객들을 검문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에 육박하자 북부 지역에 한정됐던 이동제한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밀라노=AP 뉴시스
“모든 이탈리아인은 집에 머물러 주세요. 감염을 막기 위해 뭔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9일 전국 모든 지역의 ‘이동제한령’을 발표한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가 언론브리핑에서 한 하소연이다. 전시(戰時)에나 취할 수 있는 초강경 대책을 내놓은 콘테 총리는 “지금이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며 국민의 협조를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자 비상이 걸린 세계 각국에서 초강경책이 쏟아지고 있다.
○ 이동의 자유 사라진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이탈리아 정부는 연일 대응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172명으로 하루 만에 1797명(24.3%) 증가했다. 전날 기록한 하루 최대 증가폭(1492명)을 다시 경신하면서 3일 연속 1000명 이상씩 증가했다.
이탈리아는 중국(8만904명)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사망자(463명)도 중국 다음으로 많다. 사망률은 5%로 세계 평균 3.4%보다 훨씬 높다.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으로 이탈리아는 준전시 상태가 됐다. 이탈리아 경제 중심인 밀라노를 비롯해 로마, 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 기차역, 고속도로 요금소, 공항에는 검문소가 세워졌고, 경찰의 검문이 시작됐다. 업무로 인한 이동을 피하기 위해 공기업은 물론이고 민간기업들도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해야 한다.
학교는 물론 영화관 극장 박물관도 문을 닫는다. 결혼식과 장례식도 열어서는 안 된다.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등 스포츠 경기도 전격 중단돼 이탈리아 곳곳이 유령도시로 변했다. AFP통신은 “주요 도시의 일부 역은 아예 텅텅 비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가혹한 조치”라고 전했다. ○ EU, 긴급 정상회의 개최키로
유럽 각국도 공공장소 임시 폐쇄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확진자가 1200명이 넘은 스페인은 2주간 휴교령을 선포했다. 영국은 이날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열었다. 프랑스는 프랑크 리에스테르 문화장관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유럽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EU는 이르면 13일 긴급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국경 봉쇄 등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임시 의료시설을 만들기 위해 토지나 건물을 소유자 동의를 얻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중동 상황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입국자가 여행한 동선과 건강 상태 등 정보를 숨기면 최고 50만 리얄(약 1억6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스라엘은 모든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CNN은 9일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규정한다”고 밝혔지만 WHO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거나 각국의 강력한 이동 제한 조치를 불러와 경제적 충격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당시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가 “신종플루의 사망률이 높지 않은데도 불안과 공포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팬데믹 선언을 해도) 각 나라가 감염병 경계 단계를 조정할 때 참고 사안일 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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