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이 10일 6개주 동시 경선이 열린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을 눌렀다. 특히 최대 격전지이자 2016년 경선에서 샌더스 후보가 이겼던 미시건을 석권해 민주당 대선주자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11일 오전 2시(한국 시간 11일 오후 3시) 기준 바이든 후보는 미시건, 미시시피, 미주리, 아이다호 4개 주에서의 승리를 확정했다. 노스다코타와 워싱턴에서만 뒤졌다. 14개주 동시 경선이 열린 3일 ‘슈퍼 화요일’에 이어 이날도 주요 지역을 속속 가져옴에 따라 ‘바이든 대세론’이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 소득을 주창해 화제를 모았지만 저조한 지지율로 지난달 경선에서 사퇴한 대만계 기업가 출신 앤드루 양 역시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 후보는 “샌더스 후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물리치겠다. 미국을 하나로 만들겠다”며 “그와 나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외쳤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샌더스의 경선 포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3979명의 일반 대의원 중 352명이 걸린 이날 경선의 최대 관심지역은 대선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는 것으로 유명한 미시건이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군림했던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는 미 자동차업계의 쇠퇴와 함께 몰락했고 주 전체에 블루칼라 백인들이 넘쳐난다. 4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1.4%포인트 차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제쳤다. 본선에서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0.2%포인트 차로 클린턴 후보를 눌러 민주당에 타격을 입혔다. 즉 본선 경쟁력을 판별할 잣대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바이든의 승리는 4년 전 샌더스 후보를 지지했던 백인 남성 유권자들 사로잡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CNN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 참여자의 절반이 “민주당 후보 중 바이든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다. 부통령 8년과 상원의원 36년의 풍부한 국정 경험을 부각한 선거 전략도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샌더스 의원은 이례적으로 소감 연설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4년 전 극적 승리를 거뒀던 미시건에서의 주에서의 패배가 적잖은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17일에는 플로리다 오하이오 일리노이 애리조나 4개주 경선이 열린다. 전체 선거인단 수가 577명으로 이날보다 더 많아 바이든 후보가 17일에도 승리하면 샌더스의 사퇴 및 당 단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샌더스 후보와 비슷한 노선이었지만 중도 하차한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의 캠프 직원 50여 명, 워런을 지지했던 진보단체들은 샌더스 지지를 표명했다. 열혈 팬덤으로 유명한 샌더스 지지자들 역시 포기는 이르다며 경선 완주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 캠프는 상대적으로 토론에 약한 모습을 보여 온 바이든 후보를 15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리는 두 사람의 첫 1대1 TV토론에서 누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 토론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바이든과 샌더스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이날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예정됐던 유세를 전격 취소했다. 향후 대규모 유세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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