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 승리한 바이든, 샌더스에 경선 포기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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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같은 우리, 하나로 뭉쳐야”… 미니 슈퍼화요일 압승한 뒤 외쳐
샌더스, 이례적으로 소감 ‘침묵’
17일 플로리다 등 4개주 경선, 대의원 10일보다 더 많은 577명
바이든 승리 이어지면 후보 굳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사진)이 10일 6개 주 동시 경선이 열린 ‘미니 슈퍼화요일’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을 눌렀다. 최대 격전지이자 2016년 경선에서 샌더스 후보가 이겼던 미시간을 석권해 민주당 대선주자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11일 오전 9시(한국 시간 11일 오후 10시) 기준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아이다호 등 4개 주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노스다코타는 샌더스 후보가 승리했고, 워싱턴은 두 후보가 불과 0.2%포인트 차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14개 주 동시 경선이 열린 3일 ‘슈퍼화요일’에 이어 이날도 주요 지역을 속속 가져옴에 따라 ‘바이든 대세론’이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경선에서 사퇴한 대만계 기업가 출신 앤드루 양 역시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 후보는 “샌더스 후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물리치겠다. 미국을 하나로 만들겠다”며 “그와 나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외쳤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샌더스의 경선 포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3979명의 일반 대의원 중 352명이 걸린 이날 경선의 최대 관심 지역은 대선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는 것으로 유명한 미시간이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군림했던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를 포함해 블루칼라 백인들이 많이 거주해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4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는 샌더스 후보가 1.4%포인트 차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제쳤다. 본선에서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0.2%포인트 차로 클린턴 후보를 눌러 민주당에 타격을 입혔다. 4년 전 트럼프 후보가 러스트벨트를 싹쓸이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는 점에서 이곳의 결과는 본선 경쟁력을 판별할 주요 잣대로 꼽힌다.

바이든의 승리는 4년 전 샌더스 후보를 지지했던 백인 남성 유권자들을 사로잡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고령층, 도심 외곽지역의 중도 성향 지지자, 부동층 표심의 상당수가 바이든을 지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는 흑인 유권자 비율이 높은 남부 미시시피에서 81%의 득표율로 압승하며 흑인들의 탄탄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엘리자베스 워런이 샌더스 캠프를 파괴했다. 사흘만 일찍 경선을 포기했다면 샌더스가 바이든을 패배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급진 좌파 샌더스 후보를 쉬운 상대로 여겨왔던 그는 바이든 후보의 약진을 못마땅해하며 책임을 워런 후보에게 돌렸다.

두 후보는 17일 플로리다 오하이오 일리노이 애리조나 등 4개 주 경선에서 다시 맞붙는다. 전체 선거인단이 577명으로 이날보다 더 많다. 바이든 후보가 이번에도 승리하면 샌더스의 사퇴 및 당 단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샌더스 후보는 이날 이례적으로 소감 연설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시간 등 중서부 지역 공략에 주력했던 샌더스의 뼈아픈 패배”라며 “4년 전보다 성적이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샌더스 캠프는 토론에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 온 바이든 후보를 15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리는 첫 일대일 TV 토론에서 누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바이든과 샌더스 후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이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예정됐던 유세를 전격 취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향후 대규모 유세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2020 미국 대선#미니 슈퍼화요일#민주당 경선#바이든#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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