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에 한 달 간 입국금지 조치…전 세계적 거센 파장 예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2일 16시 53분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한 달 간 유럽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 시간) 코로나19에 대해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유럽 간 인적교류까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모든 여행을 향후 30일간 금지한다”며 “이 규정은 금요일(13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선제적인 중국 여행제한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한 결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미국 내 새로운 감염이 많이 발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U 회원국 간 국경 이동을 자유롭게 한 솅겐 조약이 적용되는 유럽 26개국에서 최근 14일간 머문 외국인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 다만 화물과 교역 물품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코로나19 검사를 거친 미국인들도 예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건강을 위해 강하지만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제한 조치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및 중국과 관련해서는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며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현재 적용되고 있는 제한조치와 경고를 가능한 조기에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검사와 대응으로 한국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흐름을 평가하면서 향후 조치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현재 국내 지역 가운데 대구에 대해서만 최고 등급인 4단계(여행 금지), 나머지 지역은 3단계(여행 재고)를 발령한 상태다.

또 미 국무부는 트럼트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뒤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만큼 모든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는 의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2009년 신종 인플룬엔자(H1N1) 이후 11년만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팬데믹 선언으로 대응태세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각국의 노력으로 집단, 지역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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