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른 속도로 증산에 나섰던 중국이 향후 전 세계 마스크 공급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먼저 겪은 중국이 이제 남아도는 마스크 물량을 해외로 수출해 돈을 쓸어담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에서는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50명 이하로 줄어 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 중국 일일 마스크 생산 1억개…70일만에 5배 급증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중국 내 많은 공장들이 코로나19 발병 이후 마스크 공장으로 전환됐다”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스크 부족을 겪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세계 시장의 중국에 대한 과잉 의존 위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마스크 물량은 코로나19 발병 후 불과 70여일 만에 5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보조금 지급과 세금 인하, 무이자 대출 등 각종 유인책을 제공해 마스크 생산을 독려한 영향이다.
그 결과 현재 중국은 하루에 1억개 넘는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전부터 이미 세계 마스크 공급량의 절반(2000만개)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그때보다도 생산량이 5배 가량 늘었다.
◇ 전시 상황처럼 산업 통제…전투기 제조사도 마스크 생산: SCMP는 이에 대해 “중국은 마치 전시(戰時) 상황처럼 산업 정책을 통제했다. 선두에서 대형 국영기업들이 마스크 생산 노력을 이끌면, 중국 내 2500여 개의 기업이 그 뒤를 따라가는 식”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지시에 중국 초대형 기업들도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다. 중국 최대 석유가스 기업 시노펙은 지난 1월부터 폴리프로필렌과 염화 폴리비닐 등 마스크 원재료 생산을 확대했고, 최근 베이징에 2개의 생산 라인을 설치해 매일 4톤의 마스크 원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신형 J-20 스텔스 전투기를 제조하는 청두항공기공업그룹도 엔지니어 258명을 투입해 공장 일부를 마스크 생산라인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아이폰 조립업체 폭스콘과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와 오포 등 정보기술(IT) 기업 700여곳도 마스크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 “공산주의라 가능” : 이 같은 중국의 대응 능력에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 체제였기에 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300명에 육박한 미국은 기업의 생산량 변경을 지시할 수 있도록 한 국방생산법(Defence Production Act) 긴급 조항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 구조의 특성상 중국처럼 마스크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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