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오일쇼크…러, 美 셰일 죽이기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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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3일 11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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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트위터에 올라온 한 합성사진. 러시아 화가의 ‘폼페이 최후의 날’ 작품 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티 회장이 무심하게 서있다. © 트위터
러시아에서 트위터에 올라온 한 합성사진. 러시아 화가의 ‘폼페이 최후의 날’ 작품 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티 회장이 무심하게 서있다. © 트위터
러시아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원유 시장에서 벌이는 가격 전쟁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 곡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공포에 짓눌린 시장은 러시아와 사우디의 오일 전쟁까지 겹치며 연일 대폭락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제유가와 해외증시에 연동되는 투자상품들이 막대한 원금 손실 위협에 노출됐다.

◇ 푸틴 최측근 세친, 對 사우디 오일전쟁 설계자

하지만 이러한 금융대학살에 일조한 사우디와 러시아는 당장 유가전쟁을 멈출 기색이 없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기회에 혁명으로 불리는 미국 셰일에 치명타를 가할 작정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확고한 의지는 이번주 현지 소셜미디어에 나돌고 있는 합성사진에서 잘 드러난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9세기 러시아의 천재 화가 카를 브률로프의 작품 ‘폼페이 최후의 날’에 러시아 최대석유업체 로스네프티의 이고르 세친 회장이 중앙에 서 있는 모습의 합성사진이 러시아 소셜미디어에서 이번주 인기를 끌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세친 회장은 화산폭발의 대재앙으로 고통받는 작품 속 인물들을 뒤로 하고 아무렇지 않게 서 있다. 유가폭락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곡소리가 쏟아져 나오지만, 러시아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위기를 풍자한 것이다.

FT는 ‘세친은 이번 오일전쟁의 러시아측 설계자’라며 러시아가 지난 주말 사우디의 감산 제안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추가 감산 반대에 사우디는 돌연 증산을 선언했다. 유가는 지난 9일 하루에도 30% 대폭락하며 원유시장에는 매도 폭풍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막대한 원유를 수출하는 러시아는 오히려 놀랄만큼 차분하다.

◇ 러시아 외환보유액 680조원 실탄 장전

이에 대해 FT는 “러시아가 5700억달러(약680조원)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장전하며 이미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가 대폭락에 무심하다”고 봤다. 러시아는 유가 폭락을 감내하고서라도 최대 경쟁국인 미국 셰일을 죽이겠다는 심산이다.

옥스포드에너지연구소의 제임스 헨더슨 소장은 “러시아는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보유하며 장기화할 저유가에 대비하고 있다”며 “쉽지 않겠지만 3년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저유가를 감내하며 증산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미국 셰일을 눌러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 사우디와 감산을 통해 유가를 지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이어온 감산의 혜택은 전통적 산유국인 러시아나 사우디가 아니라 수압파쇄법을 통한 셰일혁명을 이끈 미국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2016년 이후 미국의 원유 생산은 일평균 450만배럴 늘어나 러시아와 사우디의 시장점유율을 갉아 먹었다. 올 2월까지 미국 셰일이 글로벌 원유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포인트(p) 늘어난 반면 사우디와 러시아 점유율은 3%p 줄었다.

◇ “유가 25달러에도 10년 버틸 수 있다”

러시아가 추가 감산에 반대하며 유가가 폭락했지만 러시아 루블은 상당한 맷집을 자랑했다. 유가가 30% 폭락했던 지난 9일 러시아 루블도 10% 넘게 급락했다. 하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이 달러를 풀어 막대한 루블을 매입하며 환율시장에 개입하며 루블은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이후 원유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며 맷집을 키웠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림반도를 차지해 미국, 유럽의 제재로 경기침체에 빠졌다. 이에 러시아는 유가 변동성을 이겨내도록 경제 다변화에 나섰고 지난 2년 동안 예산 흑자를 기록했다. .

결국 막대한 외환보유액에 예산 흑자로 쌓은 정부 곳간 덕분에 저유가 장기화에 대비할 수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유가가 30% 폭락해 20달러대로 무너졌던 지난 9일 앞으로 6~10년 동안 유가가 25~30달러로 움직여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유가가 상당 기간 25달러로 움직이기 전까지는 러시아가 증산계획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12일 뉴욕과 런던에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선에서 거래됐다.

반면 미국 셰일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이어야 채산성이 맞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저유가가 장기화하면 자금난으로 도산할 위기의 셰일 업체들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과 인력 감축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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