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값싼 부채에 의지해온 기업들, 코로나19 공포로 붕괴 위기”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3일 13시 55분


기업들, 저금리 시대 적은 비용으로 대출 연명
코로나19 공포, 소비 덮쳐 좀비기업 타격 예상
유가 폭락해 에너지 기업 채권 휴짓조각 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전 세계 기업 부채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저금리 기조 덕에 겨우 연명해온 기업들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공급망 붕괴와 더불어 소비자의 공포 심리가 커진 상황이다. FT는 부채 부담이 증가한 기업들이 붕괴할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FT는 호텔 자산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 ‘리먼 하스피탤러티(Ryman Hospitality Properties)’ 사례를 제시했다. 모회사의 부채는 25억달러(약 3조원)를 넘었지만 콜린 리드 회장은 대차대조표가 “정말 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주 호텔 고객들이 매출에서 4000만달러(약 489억원) 규모 손실을 입힐 정도로 예약을 취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향후 하향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 리먼을 등급 감시(credit watch)대상에 포함시켰다.

FT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의 이 같은 대응은 공중보건 위기가 어떻게 기업의 신용 위기에 대한 갑작스러운 재평가를 촉발하는지 보여준다. 또 오랫동안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대출자들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시장이 크루즈 업체부터 소매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보잉, 유나이티드 항공 같은 기업도 예외 없이 자신들의 차입 현황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10년 동안 ‘값싼 부채(cheap debt)’에 매달려왔다고 FT는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대출 비용은 하락했다. 안전한 국채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더 위험한 기업의 회사채를 사들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금융기업 채권 잔액은 13조50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모건스탠리 투자경영의 최고글로벌 전략가 루치 샤마는 미국 6개 기업 중 1개는 번 돈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도 없는 좀비기업이라고 분석했다.

구조조정 전문가인 M-III파트너스의 모신 메그지는 “많은 회사가 11~12년 신용 주기로 계속해서 대출 기관을 옮겨 다니며 대출을 받아왔다”며 “이들은 저금리 덕에 절뚝이며 버텨왔으며 실제로 부채를 축소(디레버리지)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제 유가 폭락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산유국 간 가격전쟁과 코로나19발 수요 둔화가 겹쳐 유가는 연일 하락세다. 셰일 업체의 타격이 우려되면서 미국 에너지 기업이 발행한 채권 중 1100억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채권금리가 급등(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무디스 아메리카의 팔로마 산 발렌틴은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신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S&P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20건의 대규모 채무 불이행 중 8건은 소비자 부문에서 왔다. 가구 체인인 ‘피어 1 임포츠’도 포함된다.

무디스는 자동차 업체의 매출 전망치를 낮추고 항공, 숙박, 크루즈 업종의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FT에 따르면 미국의 자동차 대여 업체인 헤르츠의 채권은 장기채 금리가 10%까지 오르면서 휴짓조각이 됐다.

미국에서 투자 적격 하단인 BBB 등급이거나 그 아래인 8400억달러(약 1027조원) 규모의 채권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약 2700억달러(약 330조원) 규모의 채권은 달러당 90센트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이미 재융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FT는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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