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랜드, 브로드웨이 뮤지컬,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문화시설과 놀이공원 등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주요 행사와 일정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등 코로나19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및 연극 극장 41곳에서 4월 12일까지 32일간 공연이 중단된다. 뉴욕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이날 500인 이상이 모이는 모든 행사를 취소하도록 조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라이언킹’,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 뮤지컬들은 9.11테러 당시의 공연 중단 기간보다도 더 오랫동안 막을 내리게 됐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오페라하우스, 카네기홀, 뉴욕필하모닉 등도 모두 운영 및 공연 중단을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와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3월 말까지 문을 닫는다. 월트디즈니사가 운영하는 4척의 크루즈선도 운영이 잠정 중단된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는 예정됐던 농구 토너먼트 경기를 취소했다. 워싱턴에서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투어를 중단했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싱크탱크들도 속속 세미나를 취소하거나 화상콘퍼런스로 대체하기로 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도 필리핀 대표부 소속 외교관 1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정치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추세다. 민주당은 15일 애리조나주에서 예정돼 있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를 취소하고 이를 워싱턴 CNN스튜디오에서 청중 없이 진행하는 것으로 바꿨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첫 양자 토론 대결을 텅 빈 스튜디오의 카메라 앞에서 벌이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른 지역을 봉쇄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아직 논의하진 않았다”면서도 “만약 누군가 통제 불능이 되거나 어떤 지역이 너무 위험해진다면 그럴 수 있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뉴욕이 봉쇄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이런 가짜뉴스는 잘못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햇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유럽은 사회활동이 마비됐다고 할 정도로 상황이 더 심각하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무기한 휴교령을 발표하면서 탁아소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기관이 16일부터 무기한 휴교에 들어간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12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49개 국가에서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중 29개국은 전국적으로, 20개국은 일부 지역에서 휴교령을 내린 상태로, 약 4억 명의 학생들이 학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수도 로마 시내에 있는 900여 개의 가톨릭 성당들을 폐쇄하기로 했다. 바티칸과 함께 대표적인 가톨릭 성지로 꼽히는 로마에서 성당을 폐쇄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조치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서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렸고 식료품점과 주유소, 약국 등을 제외한 모든 업소와 상점에 대해 2주간 영업 중단 조치를 내려놓은 상태다.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인권이사회(UNHRC)와 세계무역기구(WTO)는 예정된 회의를 모두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스위스 당국이 100명 이상 모이는 행사 진행을 중단하기로 하자 내린 결정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2020-03-13 17:32:41
이번 사태를 통해 중국이란 나라가 전세계에 미치는 해악이 어느 정도인지 세계인들은 똑바로 목도했다.
2020-03-13 17:28:51
흐흐흐흐...짱뀌이님들 얼마나 마음속으로 고시하다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