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처음으로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두고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자화자찬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에서 ‘이번 위기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다”며 “우리는 훌륭하게 대응해왔고 전문가들도 환상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를 제외한 49개주와 수도 워싱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고, 확진자 숫자는 4706명, 사망자 숫자는 91명으로 늘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의 7개 카운티는 3주 동안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한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수도 워싱턴과 인근 메릴랜드주는 모든 음식점과 주점 등을 폐쇄하기로 했다.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주는 식당과 술집, 체육관, 영화관, 카지노 등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잘 대처하고 있다며 낙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상황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대해 “잘 대응한다면 7, 8월에 위기가 지나갈 것이다.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말에 사태가 종식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을 두고는 “어쩌면 그럴 수 있다.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막내아들 배런(13)이 ‘코로나19가 얼마나 나쁜 것이냐’고 묻기에 “진짜 나쁘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미국을 위한 대통령의 코로나19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10명 이상 모임을 갖지 말라. 식당, 바, 푸드코트를 피하고 배달 주문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미 전역에 이동금지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선 “상황이 심각한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전국 차원의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군 병력을 동원해 임시병동을 짓는 안에 대해서는 “매우 강하게 검토 중”이라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 앞서 50명의 주지사와 전화 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상당수 주지사와 주요 도시 시장들이 일부 지역 봉쇄 등 어려운 결단을 내린 뒤에야 대통령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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