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화장지 확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화장지가 떨어지자 911로 신고를 하는가 하면 호주에서는 화장지를 차지하기 위해 난투극까지 벌어졌다.
17일 CNN 등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의 뉴포트 경찰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런 공지를 해야 하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며 화장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911센터에 전화하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다. 뉴포트 경찰은 “화장지 부족보다 더 긴급한 상황이 있다. 911센터에 전화한다고 해서 우리가 화장지를 가져다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화장지 품귀 현상이 심화되자 화장지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칸소주의 한 화훼업체는 화장지로 만든 꽃다발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애틀랜타주의 한 마케팅 회사는 직원들이 자택근무를 하면서 남는 화장지를 차를 타고 지나가는 주민에게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고객들이 마지막 화장지 롤을 차지하기 위해 주먹다툼을 벌이는 사건도 발생했다. 영국, 홍콩, 일본 등에서는 대형마트에서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나섰다. 아일랜드의 한 마트에서는 매일 오전 9~11시 노인층이 우선적으로 필수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스크나 손세정제 같은 코로나19 방역물품이 아닌데도 시민들이 화장지를 사들이고 있는 데에는 ‘화장지와 마스크가 같은 원료로 만들어진다’ ‘화장지를 대부분 생산하고 있는 중국에서 수출을 금지할 것이다’ 등 가짜 뉴스가 한몫을 하고 있다. 이런 소문이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심리도 작용한다.
화장지는 대체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용변을 본 뒤 화장지 대신 물로 뒤처리를 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타국의 화장지 사재기 현상을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전했다. 미국에서는 화장지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비데를 구매하면서 비데 제조업체의 판매액이 최대 10배까지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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