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의료시스템, 더이상 버티기 힘든 지경
중환자 수용 만으로도 병상 포화 상태
확진자 8%는 의료진…의료 물품도 부족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두 달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약 29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누적 확진자 수는 3만5713명에 이른다. 매일 적게는 200여명, 많게는 400여명이 사망한다. 피해자의 80% 상당은 코로나19의 확산의 본거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NBC뉴스는 이탈리아 북부의 의료시스템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병실과 의료장비가 부족한 것은 물론 의료진들의 높은 감염율도 문제다.
이탈리아의 경제·금융 중심지 밀라노와 유명 관광지인 베네치아 등이 있는 북부 지역은 유럽에서도 가장 훌륭한 공중보건 시스템을 갖춘 지역으로 꼽힌다. 이탈리아의 부유층이 모인 이곳은 시민들의 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형 규모의 병원과 잘 훈련된 의료진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에 위치한 대형병원의 간호사는 “코로나19가 처음 퍼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바이러스 대응에)잘 준비된 상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간호사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마치 전쟁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느낌이다”고 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된 상태다. 익명을 요청한 간호사는 “우리는 차례차례 병에 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베르가모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 로렌조 단티가 박사는 “우리는 정말 폭풍의 눈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병원 병실 1000개 중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확진자에 배치됐다. 내과, 신경외과 등 병동은 코로나19 환자의 격리 시설로 쓰이고 있다”면서 “입원이 필요한 중증 환자가 매일 20~30명씩 들어오고 있다. 더이상 병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에서 집중 치료를 요하는 중증 환자 수는 모두 2257명이다. 이들 중 절반인 1000여명은 북부에 모여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롬바르디아주의 중증 환자 병상은 800여개다. 현재 중환자들만으로도 포화상태다.
단티가 박사는 “우리 병원 중환자실 병상 100개 중 80개는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배치됐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의 감염도 큰 문제다.
단티가 박사는 “이탈리아 북부의 의료진 20~30%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가 있는 소아과 의사들 25명 중 10명이 병가 중이다. 다른 부서도 비슷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 의료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17일 기준 이탈리아 전역에서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와 간호사 수는 2629명이다. 이는 전국 누적 확진자 수(3만1506명)의 8.3%가 의료진이라는 뜻이다.
베네토주 베네치아의 주요 병원의 한 의사는 “우리 병원에서만 92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바이러스의 맹공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모두가 정신적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는 “우리는 롬바르디아주보다 준비할 시간이 더 많았다”면서 “환자가 급증하기 전 중환자실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앞르로 몇 주 동안 이같은 비상사태가 계속된다면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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