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코로나, 글로벌 확산 가속
伊, 사실상 모든 사업장 폐쇄령… 야외활동도 통제, 전국 공원 봉쇄
스페인, 도심 광장에 무장군인 배치… 佛, 헬기로 감시… 야간 통행금지도
사재기 기승에 英정부 “자제” 요청… 우울증 증가-학생 학력부진 우려도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집에 있으니 미칠 것 같습니다.”
주말인 21일(현지 시간)을 맞아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프랑스 파리11구에 사는 나탈리 씨(37)의 반응이다. 미술작가인 그는 각종 전시 활동이 취소되면서 당장 돈벌이조차 없어 재정적으로도 타격이 큰 상태다. 이날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5만 명에 달하면서 각종 이동제한 조치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장기간 사회활동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 공수부대까지 투입해 이동 제한
21일 파리의 적막을 깨고 하늘 위로 헬기 1대가 날아올랐다. 헬기는 파리 상공을 날며 시내 주요 공원에 있는 사람들을 파악해 지상에 있는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센 강변을 비롯해 마르스 광장, 앵발리드 산책도 금지했다. 앞서 17일 프랑스 정부는 보름간 전 국민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남부 도시 니스는 아예 전날 ‘오후 8시 이후 통행금지’를 실시했다.
통제를 더 강화한 이유는 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 때문이다. 이날 프랑스 내 확진자는 1만4459명으로 전날보다 1847명 증가해 전 국민 이동제한이란 강경 조치를 무색하게 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1일 “국가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사업을 제외한 모든 공장을 다음 달 3일까지 폐쇄한다”고 선언했다.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공장 폐쇄’라는 극약 처방까지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야외 스포츠 활동까지 전면 금지했고 20일 밤 전국 모든 공원이 폐쇄됐다. 피해가 가장 심한 북부 롬바르디아주는 야외에서 혼자 하는 개인운동은 물론 자판기 이용까지도 금지시켰다. 주 내의 모든 호텔 투숙객들에게 72시간 내 퇴실을 명령했다.
감염자가 2만8572명에 달하는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 도심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 중무장한 공수부대원들이 배치됐다. 14일부터 시행된 이동제한령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드론까지 띄워 감시 중이다. 영국도 21일 노인 등 취약계층 150만 명에게 최소 3개월 이동제한 및 접촉금지령을 발표했다.
○ 갇힌 시민들, 정신적 고통 호소
시민 격리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이다. 정부의 강제 이동 금지령의 적용을 받는 6억 명을 포함해 35개국 약 10억 명이 격리 상태라고 AFP통신은 집계했다. 이스라엘과 북아프리카 모로코가 19, 20일 각각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봉쇄령이 유지되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을 비롯해 미국 등 각 대륙마다 이동제한으로 격리된 개인이 나날이 늘어가는 셈이다.
개개인의 사회활동이 모두 멈추면서 각종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집에만 있다 보니 불안감에 사재기가 심각하다.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식품·지역문제 담당 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사재기 중단을 요구했다. 영국에서만 3주 전에 비해 가정에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 원)어치의 음식이 더 비축됐다고 BBC는 전했다.
이동제한과 격리로, 온라인 정보 의존성이 강화되면서 사회 전반의 신뢰도가 저하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BBC는 “폐쇄와 격리로 인한 거짓 치료법, 가짜뉴스, 음모론 확산은 또 다른 사회적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가 최근 전염병 격리로 인한 심리 증세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불면증, 과민 증세가 평소보다 50∼70% 높게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에는 베란다 운동법을 소개하거나 외출 못 할 경우 생기는 지병, 필요한 비타민에 대한 각종 정보가 확산 중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도심 발코니에서 매일 밤 시행되는 노래와 의료진 박수 응원 퍼포먼스 역시 격리 스트레스를 풀려는 대중심리가 내제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 학교가 무기한 휴교령에 들어가면서 초중고교 학생들의 진도, 진급, 입시 등 학업 손실도 세계 교육계의 큰 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경고했다. 파리에서 초등생 자녀를 둔 엘레나 씨는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지만 학업 분량이 평상시 절반 이하”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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