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내 확진자 수는 24일 4만6168명으로 전날보다 1만1098명이나 늘어났다. 하루에 1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확산세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의료 장비가 부족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안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의 세계 시장은 미쳤다. 우리는 주(州)들이 장비를 갖도록 돕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의료장비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로나19를 진단할 장비도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해진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들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방향과 강도, 시기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고 있다. 섣부른 통제 완화는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과 치명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경제활동 정상화 시도를 강행할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곧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이며 이는 꽤 빨리 이뤄질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 가이드라인의 기한이 끝나는 이달 말 제한 조치들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문제 자체보다 치료법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도록 하지는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며 “세계 1위인 미국 경제가 멈추게 놔둘 수는 없다” “미국 내 1억6000만 개의 일자리 중 상당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와 관련된 생활수칙을 학습해왔다”며 “통제를 완화하더라도 이제는 다들 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지 않고 있는 지역과 도시를 나열하며 “경제활동을 중단하지 않고도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각 주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통제 조치들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과는 거꾸로 가는 정책 방향이다. 버지니아주는 여름방학을 포함한 8월 말까지 모든 학교의 휴교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식당과 바, 체육관 같은 공공시설의 운영을 중지시켰다. 미시간, 인디애나, 오리건주 등이 필수 업무가 아니면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자택 대피령’ 발령에 속속 동참했고,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3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했다. 세계적으로는 15억 명 이상이 격리 상태라고 AFP통신은 추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해온 의료 전문가들은 통제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정상화하는 데 안달이 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감염병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반대한다는 간접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관련 통제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것은 경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실업률이 2분기(4∼6월)에 30%로 치솟고 국내총생산(GDP)이 5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걱정하다가 굶어죽을 판”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효과에 대한 논쟁도 시작됐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이날 기명 칼럼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반대하는 주장들을 소개하며 “논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 주장들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존 이어니디스 스탠퍼드대 메타연구혁신센터 박사는 “코로나19 사망률이 1% 또는 그 미만이라면 엄청난 사회적 금융적 결과를 초래할 세계 폐쇄는 완전히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혼란의 대부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초래한 것으로, 정책 대응에 의한 게 아니다”라며 “현 단계에서 이것을 달러 대 생명의 문제로 가져가야 할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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