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던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현 상태로는 급증하는 환자 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무서운 기세에 그동안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을 보이던 서양인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지침을 검토하고 있다. 스콧 고틀리브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CBS에 “일반인은 수술용 마스크가 아닌 집에서 면으로 된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써야 한다. CDC가 마스크 제작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에서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30일 기자회견에서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독일 역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논의를 시작했다. 체코는 17일부터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을 규정했다.
31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78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16만 명), 이탈리아(10만 명), 스페인(8만7000명) 등 상위 3개국의 환자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에 따라 비(非) 의료용 마스크라도 써야 비말(飛沫) 감염 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시민 레이몽 씨는 “처음에는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이 컸지만 하루에 사망자가 수백 명씩 나오니 겁이 나서 안 쓸 수가 없다. 이제 마스크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국의 이런 태도 변화가 마스크 사재기를 가중시켜 마스크 품귀 현상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이날 “일반인 의 마스크 착용 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제프리 더친 미 워싱턴주 시애틀시 보건 책임자 역시 “의료진 마스크도 부족하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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