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동갑내기 하리보, 동아일보 100주년 축하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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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창업자 한스 리겔이 개발한 초기 젤리 \'춤추는 곰\'
1922년 창업자 한스 리겔이 개발한 초기 젤리 \'춤추는 곰\'
동아일보 100주년을 맞아 ‘100살 동갑내기’인 독일 하리보(HARIBO)가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1920년 설립된 젤리 제조 기업인 하리보는 ‘곰 모양 젤리’로 유명하다. 하리보는 100년 역사와 위기를 극복한 비결을 공개하며 본보의 다음 100년을 응원했다.

●설탕 한 자루와 구리 솥으로 시작, 2차 세계대전 뒤 살아남아

하리보 창업자 한스 리겔
하리보 창업자 한스 리겔
하리보는 1920년 독일 중북부 노르트라인웨스트팔렌주(州)의 본(Bonn)에서 시작됐다. 1920년 당시 27세 청년 한스 리겔(Hans Riegel Sr., 1893~1945)은 사업에 꿈을 품고 본 근교 농촌에 작은 집을 한 채 구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설탕 한 자루와 구리 솥 하나. 첫 직원은 아내인 게르트루드였다. 집 뒷마당에 딸린 작은 세탁실에서 하리보(HARIBO) 100년 역사가 시작됐다.

리겔은 회사 이름을 ‘한스 리겔’과 ‘본’의 앞글자를 두 개씩 따 ‘하리보’라고 지었다. 제과 공장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처음에는 딱딱한 사탕을 만들었다. 하지만 말랑한 과일 젤리가 좋은 반응을 얻자 사업 아이템을 재빨리 바꾸는 수완을 발휘했다.

한스 리겔이 하리보를 시작했던 본인 집 뒷마당 세탁실
한스 리겔이 하리보를 시작했던 본인 집 뒷마당 세탁실
하리보 시그니처인 ‘춤추는 곰(Dancing Bear)’ 젤리는 사업 시작 2년만인 1922년 탄생했다. 19세기 유럽 서커스에 등장하던 춤추는 곰을 모티브로 했다. 하리보는 1930년대까지 ‘춤추는 곰 젤리’, ‘리코리쉬 휠’ 등을 선보이며 직원 수가 400명까지 늘어났다. 이 때 하리보가 사용한 “하리보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HARIBO makes children happy!)”라는 광고 문구는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하리보는 1939년 2차 세계대전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본에 있던 공장은 다행히 파괴되지 않았지만, 설탕 등 원재료 조달이 어려워졌고 직원들은 전쟁터로 불려갔다. 리겔의 두 아들 한스 리겔 주니어와 폴 리겔 형제마저 전쟁 포로로 잡혀가며 내리막을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이 끝나던 해인 1945년 창업자 리겔이 사망했다. 전쟁이 끝난 뒤 하리보에 남은 직원은 30명 남짓이었다.

1930년대 직원이 늘어난 하리보
1930년대 직원이 늘어난 하리보
하리보는 전쟁 후 재빠른 세대교체로 위기를 극복했다. 1946년 전쟁 포로로 잡혀갔던 두 아들이 돌아와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당시 24세였던 맏아들 한스 리겔 주니어는 마케팅과 판매를, 21세였던 동생 폴 리겔은 생산 부문을 관리하며 각자 잘 하는 분야를 나눠 맡았다. 이들은 주변 제과 회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그 결과 1950년 직원이 전쟁 전의 2배가 넘는 1000명이 되며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는 전 세계 직원이 7000명이 넘는다.

●“잘하는 것에 집중한 동아일보와 닮아”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10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하리보의 비결이다. 하리보는 젤리 외에 다른 분야 사업은 하지 않는다. 대신 1000개 이상의 다양한 젤리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입을 사로잡았다.

1960년 출시돼 지금도 사랑 받고 있는 곰 젤리 ‘골드 베렌(Gold Bear)’는 하리보의 모토를 상징하는 제품이다. 하리보는 사업 초창기 만들었던 ‘춤추는 곰’을 변형해 작고 통통한 모양으로 디자인을 바꿨다. 봉지 절반을 투명하게 만들어 사탕 가게의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패키지를 고안했다. 골드 베어는 하리보 매출 1위 제품으로, 매일 1억 개가 생산된다.

초기 골드베렌 제품
초기 골드베렌 제품
100년 동안 젤리만 생산한 대신 시대에 따라 바뀌는 소비자 입맛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리보는 전 세계 100여 국에 상품을 수출한다. 나라별로 선호하는 제품군이 달라 현지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한다. 프랑스에서는 마시멜로가 붙은 젤리에, 북유럽에서는 감초 젤리에 주력하는 식이다.

하리보 '골드 베렌'
하리보 '골드 베렌'
시행착오도 있었다. 2017년 독일 매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 주력 상품인 골드 베렌에 집중하지 않고 ‘저당 젤리’ 판매·생산에 몰두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교훈으로 하리보는 변함 없는 맛과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데 집중하게 됐다. 그 결과 유럽인이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1위에 다수 올랐고 2018년 미국 시장 구미/젤리 부문 판매 1위, 2016~2019년 한국 구미/젤리 부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닐슨코리아 조사 기준).

2018년 본사 및 공장 확장 이전
2018년 본사 및 공장 확장 이전
니콜라이 카르푸조프 아시아퍼시픽 총괄 사장은 “하리보는 ‘100년 된 젊은 기업’이다. ‘한 봉지의 천진한 행복’이라는 브랜드 DNA를 염두하고 노인의 입맛까지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매년 50개의 새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가올 100년에도 잘 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리보는 2018년 독일 서부 그라프샤프트로 본사와 공장을 확장 이전했다. 축구장 38개를 합친 크기로 연간 젤리 7만5000t을 생산할 수 있다. 브라질에도 현지 공장을 설립하면서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높일 예정이다. “100년의 행복을 함께해요(Sharing the happiness of the past 100 years)”라는 슬로건으로 소비자가 하리보 젤리를 더 가까이서 맛볼 수 있는 캠페인도 진행한다.

하리보가 동아일보 100주년을 맞이해 보낸 축전
하리보가 동아일보 100주년을 맞이해 보낸 축전
하리보 니콜라이 카르푸조프 아시아퍼시픽 총괄사장
하리보 니콜라이 카르푸조프 아시아퍼시픽 총괄사장
카르푸조프 사장은 “자신만의 강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리보와 동아일보가 닮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해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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