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세대 당 면마스크 2장을 배포하겠다”고 밝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방역마스크도 아닌 면마스크를 고작 세대당 2개씩 주는 것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2주 후부터 감염자가 많은 광역지자체부터 면마스크를 우편으로 배포하겠다. 세대원수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2장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는 면 마스크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며 “급증하는 마스크 수요 대응을 위해 유효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세대당 2장은 일본 평균 세대원수가 2.7명임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3월 기준 일본의 마스크 생산량은 월 6억 장이다. 하지만 주문량 또한 6억 장에 달해 매일 아침 대형 약국이 문을 열기 1, 2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1일부터 정부 회의 및 국회 출석 때마다 면마스크를 착용하며 일종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도 면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지만 크기가 작아 총리의 코와 입만 가리는 수준이었다.
누리꾼은 총리 얼굴에 면마스크 2장을 합성한 사진, 4인 가족이 마스크 한 장을 겹쳐 쓴 패러디물 등을 만들어 비판하고 있다. 2일 트위터에서는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란 해시태그가 트렌드 랭킹 1위에 올랐다. 가미 마사히로(上昌廣) 일본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은 “면마스크는 방역에 효과가 없다. 정치적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집권 자민당 또한 경제 대책으로 고기나 생선을 살수 있는 소위 ‘고기권’ ‘생선권’을 발행하자는 안을 내놨다 비판에 직면했다. 누리꾼들은 ‘총리의 마스크 발언이 만우절 농담인줄 알았다’ ‘고기권, 생선권에 이어 마스크 2장. 누가누가 잘하나’ 등으로 비꼬았다.
아베 총리는 1일 트위터 동영상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그는 신입생,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격려 메시지에서 “감염증으로 불안을 느끼겠지만 이런 경험이 인생에 큰 재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정부의 무능 때문’ ‘국난(國難)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아베’란 비판적 댓글이 달렸다.
NHK에 따르면 1일 일본의 감염자는 전일대비 266명 증가한 3207명이다. 특히 수도 도쿄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의료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정부 회의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의료 현장이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긴급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환자수가 급증하는 도쿄, 오사카, 가나가와, 아이치, 효고 등 5개 지자체를 의료 붕괴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지목했다.
도쿄도는 중증 환자 700개, 경증 환자 3300개 등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4000개의 전용 병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일반 병원들이 잇달아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형병원일수록 면역력이 낮은 일반 환자가 많아 코로나19 감염자를 받아들이는 데 부정적이다. 1일 기준 도쿄도는 620개의 병상을 보유했지만 이미 587명이 감염돼 곧 병상이 다 찰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