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포드 佛푸조 英롤스로이스 등 앞다퉈 인공호흡기 제작 나서
흡-배기 시스템과 작동원리 비슷… 비전문업체 급조에 의료사고 우려
WHO “감염자 6명중 1명 필요”
미국과 유럽에서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인공호흡기’ 확보에 각국 정부마다 사활을 걸고 있다. 보다 쉽고 안전한 전염병 인공호흡기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차원의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6명 중 1명은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 코로나19 환자의 30%가 폐에 이상이 생긴다. 이 때문에 각국 인공호흡기 인프라의 차이가 코로나19 치명률 차이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확진자 대 사망자 수인 치명률이 11%대인 이탈리아는 활용 가능한 인공호흡기가 전국 3000여 대에 불과하다. 인구 10만 명당 약 5개 수준. 치명률이 7%대인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5100대, 8200여 대로, 인구 10만 명당 7대, 12대다. 치명률 1%대인 독일은 2만5000여 대로 인구 10만 명당 30대에 육박한다.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5만 명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마다 인공호흡기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영국은 당장 다음 주 2만 대 이상의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가용 가능한 호흡기는 수십 대에 불과하다. 스페인 마드리드 의료 책임자인 엔리케 루이스 에스쿠데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인공호흡기 등 장비가 당장 3배는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영국의사협회(BMA)가 1일 사망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19 환자에게는 인공호흡기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까지 전국 병원에 내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문제는 급조된 인공호흡기의 안전성이다. 미국 포드, 영국 롤스로이스, 프랑스 푸조, 일본 스즈키 등 자동차 회사 중심으로 인공호흡기 제작에 나선 이유는 환자 폐로 공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자동차의 흡기, 배기 원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호흡기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안전성, 작동 지속성 등 보다 정밀한 제작이 필요하다. 영국 의료기기 회사 팬론의 제품책임자 크레이그 톰슨 씨는 BBC에 “인공호흡기는 제작, 출시하는 데 2, 3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병원 현장에서도 비전문 업체가 만든 의료기기로 자칫 의료사고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FP는 “생산원리가 비슷해도 자체적으로 호흡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는 드물고 결국 전문회사 부품에 의존해야 해 공급은 미지수”라고 평했다.
이에 보다 쉽고 안정적인 코로나19용 인공호흡기를 만드는 전 세계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코넬대, 아일랜드 더블린대 등의 연구자들은 개방형 인공호흡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3차원(3D) 프린터와 소형 모터 활용 등 비교적 생산 단가가 낮으면서도 안전성을 담보한 오픈소스 형태의 인공호흡기 개발이 목표다. 개발 후 저작권, 특허권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최소 12개의 프로토 타입 인공호흡기가 개발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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