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에겐 "세계를 구할 괴짜 천재"
과학자들은 "연구결과 과장한 인물"
인기 주간지 표지 화려하게 장식
유명 가수나 배우, 아니면 왕족 등이 표지 인물을 장식하는 것이 보통인 프랑스 주간지 ‘파리 마치’지가 최근 이례적으로 바이러스 전문가 디디에 라울(68) 박사를 표지 인물로 선보였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라울 박사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료제가 될 수 있으며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지난 2월말 유튜브에 올리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같은 라울 박사의 주장에 호응해 코로나19 치료제로 클로로퀸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 약국들에서 클로로퀸을 사두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라울 박사와 그의 팀은 실제로 122명의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작은 규모의 연구만을 했을 뿐이다. 게다가 학계의 검증을 받기도 전에 연구결과를 일반에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라울 박사의 연구가 여러 결함들을 안고 있어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라울 박사는 최근 올린 동영상에서 자신이 이끄는 연구소가 약 5만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2400명의 확진자를 가려냈으며, 이중 1000명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의 약물로 치료했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현재 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능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라울 박사에 대해서만큼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과장한 인물로 비난하고 있다.
라울 박사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비난은 문제되지 않는다. 결국 그의 가설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라며, 라울 박사야말로 코로나19로부터 세계를 구할 괴짜 천재라고 주장한다.
많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라울 박사는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권위있는 목소리가 됐다. 그가 1주일에 1번씩 올리는 동영상은 정부의 공식 기자회견보다 훨씬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클로로퀸은 아직 어느나라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전 세계에서 많은 의사들이 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 또 복제약을 생산하는 일부 제약회사들은 부족을 막기 위해 클로로퀸 생산을 늘리고 있다. 라울 박사가 운영하는 마르세유의 메디테라네 감염재단 앞에는 항상 수백명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프랑스 정부에 자문해주는 노벨상 수상자 프랑수아 바레 시누시는 클로로퀸의 확실한 효능이 입증되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주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 역시 “입증되지 않은 증거에 흥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라울은 그러나 “사람들이 급속히 대규모로 죽어가는 팬데믹 위기에서 의사는 의사답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은 자신의 접근법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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