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확진자 30만명 넘어서…트럼프 1, 2차대전 언급하며 “힘든 한 주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5일 18시 29분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한 주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계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5일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1만1635명으로 주말새 6만 명 이상 늘었다. 3월 19일 1만 명을 돌파한 이후 16일 만에 30배로 늘어난 수치다. 3월 27일 10만 명을 넘긴 지 닷새 만인 4월 1일 20만 명으로 불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사흘 만에 다시 1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확산속도가 겉잡을 수 없이 빠르다. 사망자 수도 8454명으로 증가하며 8000명 선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다가오는 한 주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며, 불행히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참혹한 시기에 다가가고 있다”며 “이런 (사망자) 숫자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아마도 세계대전, 제1차 세계대전 또는 2차 세계대전 기간…”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망자가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자 수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스크를 비롯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필요한 의료 물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다면 거칠게 대할 것”이라며 “이는 보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기존 방침을 바꿔 일반인에게도 마스크 등을 이용해 코와 입을 가리고 다닐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하나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경고는 마스크를 생산해온 3M이 국방물자생산법(DPA)에 따른 마스크 생산 확대 및 해외수출 제한 방침에 반발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3M은 3일 성명을 내고 “중남미 국가를 비롯한 해외 수출 중단은 이들의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3M이 태국 공장에서 생산해 독일로 운송될 예정이던 마스크를 DPA 발동을 이유로 사실상 중간에서 가로채는 등 독일과 ‘마스크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안드리아스 가이젤 독일 내무장관은 “현대판 해적행위이자 동맹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미국은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우방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의료장비를 비롯한 필수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무역량을 줄이거나 장애물을 만드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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