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사연 소개하며 ‘거리 두기’ 강조
“남편 숨소리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깨서 일어나보니 하늘나라로”
기저질환 없던 건강한 젊은이들, 감염 뒤 며칠만에 숨지는 사례 속출
전문가 “사망확률 노인 비해 낮아도 면역반응 무너지면 상태 급속 악화”
“문 뒤로 분명 남편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잠들었는데….”
누구보다 건강했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떠날 줄은 몰랐다. 벤 루더러와 브랜디 루더러 씨는 뉴저지주의 한 특수학교에서 부부 교사로 일했다. 고등학교 야구부 출신으로 학교에서 야구팀을 지도하던 남편 벤은 누구보다 건강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7일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열이 나고 호흡이 심하게 가빠졌다. 급히 응급실을 찾아 산소호흡기와 약 처방을 받은 뒤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벤은 침실에서, 브랜디는 그외 공간에서 지냈다.
‘약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며 쉬어라’는 의사의 지시를 철저히 따랐지만 이틀 뒤 다시 증상이 악화됐다. 그날 오전 2시. ‘응급실에 갈래?’라는 문자에 남편은 ‘확실하지 않다’며 집에서 잠을 청하겠다고 답했다. 브랜디는 친구에게 빌린 가습기를 틀어준 뒤 벽 너머 남편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오전 6시 벤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불과 4시간 사이에 숨을 거둔 것이다.
CNN방송은 5일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30, 40대 젊은 사망자의 사연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슬픔과 공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주에 사는 39세 콘래드 뷰캐넌 씨는 딸과 춤추기를 즐기던 건강한 디제이였다. 지난달 중순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 갔지만 기저질환이 없고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했다. 일주일 뒤 그의 증세는 급속히 악화됐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그의 부인 니콜 뷰캐넌 씨는 “격리 치료 중 사망한 탓에 가족들은 마지막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19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CNN방송에서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 2449명 가운데 20∼44세는 전체의 20%, 45∼54세는 18%로 집계됐다. 젊은 층은 사망에 이를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면역 반응이 무너지면서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달 말 25세 남성 약사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그 역시 다른 질병을 앓고 있지 않았다. 스크립스 메모리얼병원의 숀 에번스 박사는 “당신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젊음은 코로나19를 피해 갈 수 있는 방탄조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젊은층의 목숨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수용체 단백질인 ACE2의 유전적 변이를 꼽았다. ACE2는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의 표면에 달라붙을 때 이용하는 효소로, 이 수용체의 변이에 따라 바이러스가 폐에 더 쉽게 침입할 수 있다. 폐의 수축과 이완을 돕는 계면활성제가 부족해지면 폐가 뻣뻣해져 호흡 곤란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