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봉쇄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만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성급한 완화 조치는 ‘2차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면역여권(immunity passports)’을 준비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즉 면역력이 생겼는지를 식별한 뒤 항체가 있는 사람들에게 증명서를 발급해 외부 활동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2월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베네토주는 6일부터 혈액 검사를 시작했다. 1차로 공중보건 인력 3000명가량을 검사한 뒤 노인요양시설 직원, 대중 접촉 근로자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도 지난주부터 비슷한 검사를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이동제한령이 실시 중이다.
또 오스트리아 정부는 14일부터 400㎡ 이하의 소규모 상점에 영업 재개 허가를 내렸다. 다음 달 1일에는 대형 상점, 다음 달 중순부터는 식당, 호텔, 학교의 문을 여는 등 단계적 정상화에 나선다고 AFP는 전했다. 덴마크는 15일부터 보육원, 초등학교가 다시 문을 연다. 체코 정부는 14일부터 자국민 해외여행 금지령과 소규모 상점 폐쇄를 해제하기로 했고, 스페인 정부는 25일 이후 이동 제한령 등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프랑스와 벨기에도 이달 중 각종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려는 중이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이탈리아에서는 6일 신규 확진자가 지난달 17일 이후 처음으로 3000명대로 떨어졌다. 스페인 역시 신규 사망자가 3일 연속 감소했다. 독일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달 26일 6147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5일 4297명 6일 3252명 등 계속 하락세다. 오랜 통제 조치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만큼 완화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는 것이 이들 정부의 생각이다.
프랑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6일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소 2.5%포인트 감소하는 등 대규모 경기침체를 경고했다.
그러나 제한 조치를 푸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 내 누적 사망자는 약 5만2000명에 달하고, 각국의 의료체계는 거의 붕괴된 상태다. 정부의 조치가 “이제는 괜찮다”는 신호로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져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소홀히 할 경우 2차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각종 제한 조치들을 완화하거나 폐지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날짜를 알려주면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리, 런던, 베를린 등 주요 도시에서는 장기화된 봉쇄령에 포근한 봄 날씨로 공원에 사람들이 몰리는 등 이미 경각심이 줄어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각종 봉쇄령에 대한 출구전략을 주시하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특정한 날짜까지 약속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며 “일상 복귀를 원하는 시민들의 기대를 누그러뜨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국가는 봉쇄 조치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다. 영국 정부는 해제 논의 없이 각종 봉쇄를 유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거의 하지 않았던 스웨덴 정부는 강력한 통제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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