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미술관 잇단 휴관 속 美 게티 미술관 ‘명작 구현 놀이’ 제안
수건-텀블러-레고 등 생활용품 활용… 기발한 아이디어 쏟아져 SNS서 인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미술관은 거의 휴관 중이다. 작품들도 관객을 만나지 못하고 ‘격리된’ 상태다. 온라인을 통해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며 아쉬움을 달래던 사람들이 참다못해 작품을 따라하기에 나섰다. 욕실 수건은 물론 텀블러나 레고까지 각종 생활용품으로 명작을 구현하는 놀이가 퍼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게티 미술관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러분에게 집에 있는 물건(혹은 사람)을 활용해 좋아하는 작품을 재창조하는 챌린지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1974년 석유사업가 진 폴 게티가 만든 게티 미술관은 고대 문명부터 20세기까지 유럽의 명작 컬렉션을 갖고 있다. 매년 200만 명이 찾지만 코로나19로 지난달 14일부터 무기한 휴관 중이다. 챌린지의 규칙은 ‘좋아하는 작품을 고를 것’ ‘집에 있는 물건 세 가지를 활용할 것’ ‘그 물건으로 작품을 재창조할 것’이다. 그러자 기발한 명작 패러디가 쏟아졌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흰 족제비를 안은 여인’은 나무구슬 목걸이를 머리에 두른 여인으로 변신했다. 중세의 성모자(聖母子) 패널 그림에서 라피스라줄리색(감정색) 옷을 입은 마리아는 짙은 욕실용 수건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재현됐다. 그림 속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지만 사진 속 여성은 살구색 프렌치 불도그를 안고 있다. 불도그의 포즈가 비슷해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피터르 몬드리안의 유명한 기하학적 추상은 원색의 레고로 아주 간단하게 패러디됐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1657∼1658년)을 따라한 소녀의 사진은 탁자 위는 물론 벽에 걸린 정물까지 비슷하다.
명작 챌린지는 인스타그램으로도 번졌다. 스스로 ‘예술을 좋아하는, 무한정 격리된 4명의 룸메이트’라고 소개한 한 계정(@covidclassics)은 귀를 자른 고흐의 자화상을 비롯해 미술사의 명작을 매일 올리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의 미스터리한 작품 ‘사람의 아들’(1946년)을 재현하기 위해 사과가 꽂힌 포크를 입에 무는 기발함도 엿보인다. “어떠한 편집도, 필터도 없이 집안에 있는 물건과 우리 자신을 활용했다”고 소개한 그림들을 보기 위해 7만 명 이상이 이 계정을 팔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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