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수용소, 정신병동, 노숙인 쉼터 등 기피시설이 들어섰던 미국 뉴욕시 브롱크스 북동쪽의 하트섬. 길이 1.6km, 폭 530m의 이 외딴섬은 150년간 무연고 시신을 안치하는 묘지로 사용돼 왔다. 이 섬이 최근 뉴욕시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참상을 알리는 상징적인 현장이 됐다. 뉴욕포스트는 9일(현지 시간) “뉴욕시가 하트섬의 무연고 묘지에 코로나19 희생자들을 매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 속 현장은 참혹하다. 흰색 방호복과 마스크로 무장한 작업자 10여 명이 40여 개의 소나무 관들을 층층이 쌓아 묻고 있다. 관 위에는 펜으로 쓴 이름이 적혀 있다.
평소에는 인근 라이커스 아일랜드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이 섬에서 1주일에 약 25구의 무연고 시신을 매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재소자 대신 민간 계약업자들이 시신 매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욕시 교정국에 따르면 시신 매장 회수도 주 5일, 하루 20구씩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전체의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 만에 1900명 증가하면서 1만6697명으로 집계돼 스페인(1만5547명)을 넘어섰다. 세계에서 이탈리아(1만8279명)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다.
뉴욕주는 미국 내에서 코로나19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4, 5일 신규 사망자가 600명 선을 밑돌면서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사망자 수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8일에는 하루 최다인 799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7067명으로 늘어났다.
뉴욕시의 누적 확진자는 8만7725명, 사망자는 4778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전 뉴욕시의 하루 평균 사망자는 158명이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9·11(테러) 때 2753명의 생명을 잃었는데 이번 위기에서는 7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며 비통해했다.
평소의 2, 3배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뉴욕에서는 시신 안치 시설이 부족해 비상이 걸렸다. 우선 뉴욕시는 1단계로 병원에 4000구의 시신을 안치할 수 있는 40대의 냉동 트럭을 배치했다. 이어 하트섬 등 공동묘지나 공원 등에 시신을 임시 매장하는 2단계 대책에 착수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번 주 초 하트섬을 임시 시신 매장 장소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레디 골드스타인 뉴욕시장 대변인은 “하트섬은 수십 년간 무연고 시신을 묻는 데 이용됐다”며 “앞으로 이 기준에 맞는 코로나19 사망자들이 이 섬에 묻힐 것”이라고 말했다.제이슨 커스틴 뉴욕시 교정당국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만약을 대비해 매장 터 두 개를 새로 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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