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도 불통…뉴욕 주지사-시장 ‘휴교 문제’로 또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14시 44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사망자가 800명에 육박하는 미국 뉴욕 주에서 정치적 맞수인 민주당의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학교 휴교’ 문제로 다시 충돌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11일(현지 시간) 오전 “현재 휴교 중인 약 1800개 뉴욕시 공립학교는 학기가 끝나는 6월까지 계속 휴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3시간 뒤인 쿠오모 주지사는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의 견해일 뿐”이라며 학교 통제는 자신에게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장이 주지사와 사전 상의를 하지 않았다. 발표 몇 분 전 주지사에게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자 문자 메시지로 알렸다”고 전했다.

이튿날에도 갈등은 이어졌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법적 권한이나 관할이 아니라 도적적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으나 “학교가 (새로운 학기기 시작하는) 9월까지 닫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오모 주지사는 “6월에 우리가 무엇을 할지 모른다”고 맞받아쳤다.


두 지자체장은 2014년 더블라지오 시장 취임 이후 사사건건 충돌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더블라지오 시장의 부자 증세 계획을 반대했다. 이들은 눈 폭풍 중 뉴욕시 지하철 운행 여부, 사슴 안락사 문제, 비닐봉투 규제 등을 두고도 충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에도 앙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NYT는 “뉴욕주에 첫 환자가 발생한 다음 날인 3월 2일부터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선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오후에 열던 코로나19 기자회견도 오전 쿠오모 주지사 기자회견 바로 앞으로 옮겼다. 뉴욕포스트는 “병원선 ‘컴포트’ 호가 뉴욕 항에 입항하던 날에도 두 사람의 따로 함정을 찾았다”고 전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이 지난달 ‘자택 대피령’을 요청하자, 쿠오모 주지사는 이를 일축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며칠 뒤 이름만 다른 ‘뉴욕 주 일시멈춤’ 명령을 내렸다. 이달에도 공공장소에서 얼굴 가리개 착용을 두고 두 사람은 이견을 보였다.

뉴욕주 코로나19 환자는 8236명이 늘어 18만8694명이 됐다. 사망자도 758명이 증가해 9385명으로 늘었다. 뉴욕 시 환자도 10만3208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당 소속 두 지자체장이 맞부딪히며 ‘정치적 거리두기’ 행보를 보이자 학부모, 교사 등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자치구청장은 트위터에 “나는 치명적인 팬데믹의 와중에 하찮은 치고받기를 위한 시간도, 인내심도 없다”며 “주지사와 시장은 허튼소리 그만하라”고 일침을 놓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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