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에 집단 탈옥까지…‘코로나 사각지대’ 세계 각국 교도소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17시 08분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 185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각국이 교도소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교도소는 다중 밀집 시설이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가능한데다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해 대표적인 ‘방역 사각지대’로 꼽힌다.

12일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도 브라질리아 인근의 파푸다 교도소에서 최소 3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 중 20명은 재소자, 18명은 교도관이다. 첫 확진자가 확인된 지 사흘 만에 38명으로 늘어 집단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2017년 기준 브라질 전체 교도소에는 수감인원의 2배 이상(73만 명)이 수용된 것으로 파악돼 실제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교도소는 폐쇄된 공간에서 여러 명이 밀집생활을 하는 탓에 코로나19 확산에 특히 취약하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있어서도 후순위로 밀려 제대로 된 마스크도 보급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여러 주(州)에선 이미 재소자에 대한 의무 치료가 중단·축소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라크에서는 독방에 수감되기 위해 재소자들이 교도관들에게 뇌물을 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감염을 우려한 재소자들의 폭동과 집단 탈옥이 잇따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9일 최소 2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미 캔자스주 랜싱교도소에서 수감자 30여 명이 감방 수용을 거부하며 폭동을 일으켰다. 8일 워싱턴주 먼로교도소에서 재소자 200여 명이 폭동을 일으킨 데 이어 또 다시 교도소 내 폭동이 발생한 것이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 스리랑카 등 세계 곳곳의 교도소에서 집단 탈옥과 폭동 사태가 일어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각국은 궁여지책으로 경범죄자, 기저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재소자를 석방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한 이란은 지난달 예년보다 배 이상 많은 8만5000여 명의 재소자를 석방했다. 프랑스는 잔여 수감 기간이 2개월 미만인 재소자 가운데 모범수를 선별해 5000~6000명을 조기에 석방하기로 했다. 독일, 영국, 캐나다 등도 대규모 석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교도소 내 보건의료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결국 혼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감염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가 탈옥의 위험을 넘어설 것”이라며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서는 정부를 전복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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