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 손정의 회장(63)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13일 “2019회계연도(지난해 4월∼올해 3월)에 1조3500억 엔(약 15조2400억 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위워크, 우버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집중 투자했던 비전펀드가 같은 기간 1조8000억 엔(약 20조 원)의 적자를 보면서 전체 실적을 악화시켰다.
소프트뱅크그룹은 2019회계연도에 전년 대비 36% 감소한 6조1500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손실은 7500억 엔이다. 15조 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적자는 1981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이지만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순손실 폭을 줄였다. 연간 기준으로 영업적자를 본 것도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2017년 출범한 비전펀드는 세계 곳곳에서 약 90개 유망 기업을 발굴했다. 투자 기업의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았다. 그 덕분에 소프트뱅크그룹도 2018회계연도에 사상 최대인 2조3539억 엔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여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주력 투자처였던 미 사무실 공유 스타트업 ‘위워크’의 실적 악화 및 상장 지연, 미국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소프트뱅크는 경영난을 겪는 위워크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3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가 최근 철회했다. 이로 인해 위워크로부터 같은 액수의 소송을 당했다. 지난달에는 역시 유망 투자처로 꼽혔던 영국 위성통신업체 ‘원웹’이 경영난으로 파산했다.
지난해 출범한 비전펀드 2호의 실적도 좋지 않다. 당초 비전펀드 2호는 1080억 달러의 2차 투자자금 모집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목표치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기업 중 숙박, 부동산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이 큰 업종이 많은 것도 그룹 전체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손 회장은 올해 2월 “힘든 겨울 끝에 봄이 온다. (일부 투자 실패에) 반성하고 있지만 위축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탓에 금융시장의 평가는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망한 신생 기업을 입도선매한 후 수확을 거둔다는 손 회장의 성공 방식이 고비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25일 소프트뱅크그룹의 신용 등급을 ‘Ba1’에서 ‘Ba3’로 두 단계 하향했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해 등급이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뱅크 측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 등급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달 말 4조5000억 엔의 자산을 팔고 자사주 2조 엔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월 31조 엔이었던 소프트뱅크그룹 시가총액은 3월 한 달간 4조 엔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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