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 쓴’ 이집트 대통령, 공사장 노동자들에 “왜 마스크 안 썼나” 질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5일 15시 23분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공사장 노동자들에게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면서 정작 대통령 본인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비판을 받고 있다.

현지 일간 요움7에 따르면 시시 대통령은 9일 수도 카이로의 한 건설 현장을 지나가던 중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차에서 내려 현장 관리자들을 불러 “왜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안 썼느냐. 노동자들은 가난하니 건설사가 무료로 지급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면 당시 시시 대통령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다. 소셜미디어에선 “대통령은 왜 마스크를 안 썼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집트에서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일반 마스크가 개당 약 15이집트파운드(약 1160원), N95 마스크는 개당 약 80~120이집트파운드(약 6180~9270원)에 팔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질책이라는 반응도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8년 이집트의 일인당 국민총생산(GDP)는 2459달러로 중동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평소 대중이나 언론 접촉에 소극적인 시시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공사장에서 마스크 문제를 강하게 질책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신행정수도 출범과 대박물관 개관 같은 핵심 국책사업들이 연기되는 등 사회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14일 기준 이집트에선 2350명의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178명)가 발생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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