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자랑하는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드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다수의 군 병력을 싣는 항공모함이 ‘코로나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국방부는 15일(현지 시간) 드골함 탑승 대원 1767명을 검사한 결과 최소 668명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대원 중 31명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중 1명은 상태가 위독해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대원들은 현재 프랑스 남부 툴롱항 해군 기지에서 격리된 상태다. 프랑스 국방부는 “전 대원의 70%만 검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 감염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드골함을 호위하는 대공함 등 2척의 대원 300여 명도 함께 검사했지만 확진자는 대부분 드골함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가운데 2명은 동맹 간 협정에 따른 교환 프로그램을 이수 중이던 미국인이라고 발표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드골함은 1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 수행 후 발트해에서 훈련 중이었다. 8일 대원 40여 명이 코로나 의심 증세를 보이면서 즉각 훈련을 중단하고 12일 툴롱항으로 귀환했다. 감염은 한 달 전인 3월 13∼15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드골함은 프랑스 서부 항만도시 브레스트에 입항했다.
드골함은 프랑스 해군의 최초이자 유일한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1960년대 당시 ‘미국을 못 믿겠다’며 독자적 핵무장을 이뤄낸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배수량 4만 t에 전투기 라팔, 경보기 E-2호크아이 등 40대의 함재기를 탑재했다. 1994년 진수(進水)됐지만 핵 추진기관에 문제가 생겨 우여곡절 끝에 2001년 현장에 배치됐다.
앞서 미국 항공모함 루스벨트함에서도 지난달 27일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사태 초기 함정 내 감염 위험을 우려해 대원들의 하선을 요청했던 브렛 크로저 함장이 경질되면서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재까지 승조원 6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13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나머지 승조원 4046명은 격리 중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15일 폭스뉴스에서 “감염자 대부분이 무증상자이며 철저한 방역작업 후 수주 내 재출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모함은 집단 감염이 촉발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4개국 소속 44대의 항공모함이 활동 중이다. 보통 항모 1대에는 3000여 명의 해군병력과 전투기 조종 관련 인력 2000여 명 등 최대 5000명 이상이 승선한다.
항모 내부에서는 복도나 침실 등 모든 공간이 좁아 사회적 거리 유지가 불가능하다. 원자력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기 때문에 핵발전 관련 필수 전문 인력 등은 장기간 함 내에 근무하면서 고립되는 기간이 길어진다. 프랑스 해군 측도 “마스크나 장갑을 끼고 근무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르몽드에 밝혔다.
여러 명이 함께 목욕탕, 식당 같은 공동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문제다. 배가 출렁이기 때문에 난간 등 선내 각종 구조물에 손을 많이 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대폭 증가한다. CNN은 “대형 함선은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 접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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