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료용품 부족’ 한치앞 못보고 2월에만 中에 863억원어치 수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3시 00분


당시 상무부, 기업에 ‘수출 독려’… 이젠 마스크값 6배 뛰어 7300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올해 2월에만 7060만 달러(약 863억 원)의 의료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보도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상황의 심각성을 오판하고 초동 대처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19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73만 명, 3만9000명을 돌파했다.

WP가 입수한 정부 문서에 따르면 올해 2월 미국의 대(對)중국 인공호흡기와 산소호흡기 수출량은 2410만 달러, 마스크와 기타제품 수출량은 1580만 달러였다. 기타 보호장비 수출 역시 3070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1, 2월 두 달간 미국의 대중 마스크 및 기타제품 수출액이 140만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초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의료장비가 중국으로 수출됐는지를 보여준다.

미 상무부는 2월 26일 주요 기업에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물품 조달 안내’란 문서도 발송했다. 중국 세관의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의료 물자를 중국과 홍콩에 판매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이었다.

상무부 관계자는 WP에 “안내문이 배포된 직후인 지난달 4일 해당 사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일부 백악관 관계자 역시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을 감추고 마스크 및 보호장구를 조용히 수입하며 해당 시장을 지배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으며 이제 와서 남 탓만 한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의 의료용품 부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3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미국에서만 무려 35억 개의 N95 마스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방정부는 자체 보유한 N95 마스크 1300만 개 중 90%를 이미 의료종사자에게 지급한 터라 일반인에게 돌아갈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근 마스크 2000만 장을 긴급 발주했다. 하지만 이 중 80%의 물량을 단 한 번도 연방정부에 의료품 조달을 한 적이 없는 업체 4곳에 맡겨 거센 논란을 야기했다.

4개 업체 중 한 곳은 이미 납품 기한을 어겼고 다른 한 곳은 모기업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어 품질 및 납기 준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마스크 가격도 턱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방정부가 지불한 돈은 평균 정가의 6배인 장당 6달러(약 7300원)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 행정부#의료장비#중국 수출#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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