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방위비 증액 협상 겉돌자… 주한미군 카드 다시 꺼내 압박 ▼ 주한미군 감축 등 4개 시나리오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의 협상 교착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된 4가지 시나리오의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SMA 협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국 측이 SMA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시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한미 양 측 실무 협상팀 간에 치열한 협상이 이뤄질 당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물론이고 트럼프 대통령까지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에 “논의해 볼 수 있다”며 한국을 잇달아 압박했다. 이에 ‘한미 동맹에 균열을 부를 수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주한미군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그랬던 미국이 다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면서 압박 강도와 수위는 이전보다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측 정은보 협상 대표와 미국 측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금협상 대표는 3월 말 한국 측 분담금 13% 인상, 기간은 5년으로 하는 잠정 협상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년간 총액으로 합산하면 50억 달러가 넘는 금액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사항에 들어맞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으로부터 내용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총액을 문제 삼아 이를 거부했다. 최종 결정권자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미국 측이 실무협상을 다시 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존의 경제적 성과에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대선에 SMA를 외교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재협상을 채근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압박할 가장 강력하고 직접적인 카드가 주한미군 감축이다. 기지 운영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4월 1일자로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군무원 4000여 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강행한 것도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측면이 컸다.
다만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 실무자들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 방어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에서 미중 간 갈등 구도 등을 감안하면 미국의 동맹 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건설해 놓고 주둔 미군 수를 감축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 감축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수십 번 나왔지만 실제로 시행된 적은 없지 않았느냐”며 “실제 감축을 원하는 사람은 워싱턴에서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인 ‘주한미군을 유지하면서 협상을 계속한다’에 무게를 두고, 규모별로 감축 방안이 담긴 나머지 세 가지 시나리오는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선에서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싱크탱크 전문가는 코로나19 대응의 시급성 등을 들어 “미국 대선이 끝난 이후 협상을 재개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검토와 관련된 동아일보의 질의에 국무부는 “추가로 할 말이 없다”며 답을 내놓지 않았고 펜타곤은 “협상 담당인 국무부로 질의하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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