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제재 때문에 한국 코로나19 검진 키트 수입 못해”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0일 09시 40분


"의약품·의료기기는 제재 대상 아니란 미국 주장은 거짓"

이란 당국자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진 키트를 수입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당국자는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 통지문 등을 증거로 공개했다.

19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방송과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키아누스 자한푸르 이란 보건부 대변인이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반(反)인도주의 범죄’, ‘이란의 의약품과 의료장비 수입을 막는 또다른 잔인한 문서’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우리은행이 이란 케샤바르지은행에 보낸 SWIFT 통지문을 게시했다.

우리은행은 ‘당사 국제 제재 관련 정책(OUR INTERNAL SANCTION POLICY)’ 때문에 케샤바르지은행이 지난 15일 발급한 53억원 규모 수입신용장(LC) 매입을 거절한다고 통지했다.

케샤바르지은행은 한국 바이오업체 미코바이오메드가 생산한 코로나19 검진 키트를 수입하기 위해 수입업자에게 LC를 발급한 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이란과 교역을 위한 원화결제계좌를 운용하고 있는 은행이다. 우리은행이 LC 매입을 거부하면 수출대금이 미코바이오메드에 지급되지 않아 수출이 불가능해진다.

자힌푸르 대변인은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은 이란의 요청을 거부했고, 코로나19 검진 키트는 이란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우리은행의 LC 매입 거부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반(反)이란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의 보도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앞서 미코바이오메드가 생산한 코로나19 검진 키트의 중동과 아시아 지역 독점 공급권을 갖고 있는 OJ월드가 의료 분야 회사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사라는 점을 들어 LC 매입 요청이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자한푸르 대변인은 같은날 트위터에 미코바이오메드가 지난 1월 OJ월드에 중동과 아시아 지역 독점 공급권을 부여한 수권서(Letter of Authorization)를 공개하면서 이란 인터내셔널이 이란과 이란인의 불행을 바라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제재 때문에 LC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미국의)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 국영방송도 미국은 대이란 제재가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수입업자들은 수입신용장을 받거나 은행을 통해 자금을 전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농산물, 식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국제 금융기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거래체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도주의적 물품을 포함한 이란과 모든 금융거래를 회피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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