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중국과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다음 순서는 동남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CNBC가 20일 보도했다.
인구수 대비 극히 적은 검사 때문에 확진자가 적은 착시 효과를 주지만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후의 전국적인 이동 등으로 곧 폭발적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기준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확진자 수는 2만8000명이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확진자가 87.9%를 점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아직 적지만 최근 몇주간 이 지역의 상황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로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한 싱가포르가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같은 인구가 많은 나라는 진단 검사를 확대하면 감염자도 폭증하리라고 본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라마단까지 앞두고 있어 더욱 우려를 사고 있다.
◇ 100만명당 154건…낮은 진단 검사가 만든 ‘착시’ : 동남아 각국의 코로나19 진단 검사 수준은 매우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검사수는 인구 100만명당 1만6203건으로 세계 1위인 반면 미얀마는 85건에 불과해 최하위권이다.
2억7000만명을 가진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인구 100만명당 154건, 총 4만2000건의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당국은 하루 1만건의 검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검사가 급증하면 감염자도 9만5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필리핀 경우 지난주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미 사용 중인 10만 개 외에 90만 개 이상의 진단 키트 구매를 승인했다. 필리핀 정부는 엄격한 폐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자체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약 1만5000명의 감염자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 “인도네시아 라마단이 끝나면 폭증할 것” :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와 같은 이웃 나라들은 1월부터 확진자가 나왔지만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초에야 첫 확진자가 나왔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 등 중국 도시들과 연결된 항공편이 많은 인도네시아 상황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수치였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가 전체의 봉쇄령이나 여행금지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바이러스 확산 방지보다는 경제 유지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래야 정권 합법성과 권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았다. 라마단(4월23일~5월23일)이 끝난 후부터 7월께까지 인도네시아의 확진자가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백만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은 라마단이 끝나면 고향과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전국을 여행한다. 그후 고향에 도착하면 친척과 친구들과 큰 잔치를 벌인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섬인 자바의 경우 7월까지 100만 명의 감염자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대비책으로 실업자만 전국 순례를 허용하고 그후 14일간의 격리를 의무화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 싱가포르, 이주 노동자들 감염 급증 :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확진자가 늘고 있는 싱가포르도 문제다. 20일 월드오미터에서 싱가포르 누적 확진자 수는 6588명을 기록중이다. 18일에 확진자는 942명 늘며 정점을 기록했고 19일에는 596명 늘었다.
이 이틀간 확진자의 90%는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 등에서 온 이주노동자였다. 이주 노동자 확진자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 싱가포르 확진자의 거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펴서 억제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다시 확진자가 증가했다. 2월 초 소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양성반응을 보인 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패착이었다.
싱가포르의 이주노동자들은 100만명에 달하는데 노동자들이 사는 기숙사 대부분이 열악한 조건인 채 그대로 봉쇄되어 도리어 확진자 규모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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