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멍청” 트럼프, 펠로시에 막말…주지사들과도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16시 34분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4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경제활동 재개 여부를 놓고 미국의 정치권과 사회는 둘로 갈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 리더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막말을 쏟아내며 정치 공방을 벌였고, 트럼프 대통령과 주지사들의 팽팽한 신경전도 이어졌다. 경제 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에는 총기까지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신경질적인 낸시는 태생적으로 멍청한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민주당) 내부 아니면 외부에 의해 하원의장 자리에서 끌어내려질 것”이라고 조롱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은 F학점”이라고 깎아내린 것에 대해 거친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적인 증거를 무시했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한테 떠넘긴다”며 “그는 허약한 지도자”라고 맹비난했다. 펠로시 의장이 보수 성향의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에 출연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매체에 보란 듯이 출연해 그를 공개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들과도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일부 주지사들은 자택대피령과 관련해 너무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내버려두라”며 자택대피령 반대 시위를 옹호했다.

주지사들은 강력 반발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법에 불복종하라고 선동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야수(코로나19)는 여전히 살아 있고, 우리는 야수를 아직 죽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메릴랜드, 버지니아, 텍사스, 위스콘신주 등에서는 코로나19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미시건주에서는 총기 소지 옹호론자들까지 총기를 들고 시위에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를 호소하는 간호사들이 시위대 차량을 맨몸으로 막아내며 대치하기도 했다.

이날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 내 누적 사망자 수는 4만565명으로 집계됐다. 11일 사망자 2만 명을 돌파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온 나라가 된 이후 8일 만에 사망자가 2배로 늘어났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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