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라마단은 없었다…18억 무슬림의 불안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21일 01시 50분


전 세계 18억 이슬람 교도들이 코로나19의 대대적인 확산 탓에 여태까지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을 맞이하게 됐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의 9번째 달로 올해는 이달 23일부터 내달 23일까지다. 이 시기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시간동안 음식과 물을 먹지 않으며,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모여 쿠란을 읽으며 기도하는 등 단체 의식을 치른다.

하지만 무슬림 국가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모스크를 폐쇄하고, 야간 통행과 단체 기도 등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무슬림 신도들은 불안에 빠져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 지금까지 이런 라마단은 없었다…가족모임·단체기도 못 해 : 알제리 수도 알제에 거주하는 67세 무슬림 여성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라마단 때마다 오던 친척들과 이웃들이 이번엔 오지 않을 것 같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며 흐느꼈다.

그의 남편인 73세 남성은 ‘타라위’(무슬림들이 저녁식사 후 모스크 등지에 모여 하는 단체기도)를 언급하며 “타라위가 없는 라마단은 상상할 수 없다”며 한탄했다.

이 시기 이집트 카이로의 중심 상가는 대추야자와 살구 등 해가 진 뒤에 먹는 달콤한 과일과 라마단용 장식품이 매대에 가득해야 하지만, 올해는 좀처럼 이전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고삐를 죄고 있다는 뜻이다.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지난 19일 신도들을 대상으로 단체 기도를 삼가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통행금지령을 시행하는 나라의 신도들에겐 ‘재택 기도’를 권장하기도 했다. 감염이 우려되니 모스크에 모이지 말란 얘기다.

이집트는 이번 라마단 기간 동안 타라위를 비롯한 집단 예배를 모두 금지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또한 재택 기도를 하라고 권고하고, 의료진에겐 금식을 면제해줬다.

◇ 파키스탄 등은 모스크 개방…다음 유행지는 동남아? :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나라들도 있어 집단 감염이 우려된다. 파키스탄의 경우 라마단 기간동안 이슬람 사원을 개방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실업자들에 한해 전국 순례를 허용했으며, 또다른 이슬람 명절 르바란 기간(내달 24~25일) 공무원을 제외한 국민들의 고향 방문을 허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라마단’ 때문에 코로나19가 중국과 유럽, 미국에 이어 동남아시아에서 대유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CNBC는 전했다.

인구수 대비 극히 적은 검사 때문에 확진자가 적은 착시 효과를 주지만, 라마단 이후 전국적인 이동 등으로 곧 폭발적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민족 대이동’이 이뤄졌던 춘제(春節) 이후 확진자 급증을 겪은 것과 같은 이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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