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위비 협상 한국 제안 내가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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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내라” 추가증액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으나 내가 거부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 측 최고결정권자가 직접 잠정안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한국에 추가 증액을 압박하면서 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한미 방위비 협상 및 주한미군 감축 관련 질문에 “우리는 한국에 현재의 불공평한 상태보다 훨씬 더 많은 (분담금) 비율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렇게 답했다. 최근 로이터통신이 ‘한국의 13% 인상안을 담은 양국 협상팀의 잠정 합의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한 내용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그는 “따라서 이는 (주한미군) 감축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자기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기여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한국은 텔레비전, 선박, 모든 것을 만드는 부자 나라”라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을 감축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한미 협상팀 간의 잠정안을 넘어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 “한미 방위비 불공평”… 트럼프 직접 증액 압박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 분야로 보면 우리는 1500마일이나 떨어진 다른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며 “훌륭한 나라를 방어해 주고 있지만 그들은 매우 적은 돈을 내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이어 “우리는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우받을 필요가 있다”며 “꽤 빨리 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주한미군을 감축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한국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가 살아날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실무자들은 최근까지 규모별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담은 4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해왔다.

양측이 조만간 재협상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한국 정부로서는 지난해 8.2% 인상에 이어 올해 다시 두 자릿수 인상 폭을 제시한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고 있고,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방위비 협상 전망을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미국 측 협상팀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국의 추가 증액을 언급한 상황에서 마냥 시간을 끌기도 쉽지 않다. 협상 교착이 길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상 간 결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한미 방위비#추가증액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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