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일 쇼크 지난 뒤 6월물마저 반 토막
브렌트유도 19.33달러로 24% 하락 마감
OPEC+ 긴급 화상회의 개최…결론 못 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대를 기록했던 국제 유가가 대폭락장을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급감한 원유 수요가 단기간 살아나지 못하리라는 전망 속에 국제유가는 자유낙하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43% 폭락한 배럴당 11.57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 자릿수인 6.5달러까지 추락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마감가는 거래량이 가장 많은 월물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저치다.
전날 5월물 WTI는 만기일(21)을 앞두고 -37.63달러에 마감했다. 전례 없는 급락이 나타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길이 막혀 원유 수요가 대폭 줄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5~6월 하루 97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지만 공급 과잉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원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29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가 남아돌아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이런 만기일 이슈가 겹치자 5월물 WTI는 파는 사람이 웃돈을 줘야 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원유는 미래 특정시점에 실물을 받는 선물 거래로 이뤄지며, 5월물 WTI 구매자들은 만기일이 지나면 5월에 원유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겠다는 사람도 저장고도 없으니 6월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최근월물을 차근월물로 교체)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같은날 6월물 WTI는 20.43달러에 마감해 비교적 양호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일회성 이벤트 요인이 사라지면 국제유가가 그나마 안정적인 20달러대 안팎에서 거래되리라는 기대가 나온 이유다.
이날 6월물 WTI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하며 이런 기대감을 깼다. 7월물 WTI도 18달러 수준으로 약 30% 하락했다. 만기일을 맞은 WTI 5월물은 10.01달러로 반등했지만 거래량이 미미해 의미가 크지 않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19.33달러로 24%(6.24달러) 하락 마감하며 20달러선을 내줬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1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폭락장은 미국뿐 아니라 OPEC 좌장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산유국들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마켓워치는 보도했다. OPEC+ 에너지 장관 일부는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했다.
RBC 캐피털 마켓의 수석 상품 전략가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현상황이 “OPEC+ 지도자들을 위기 모드로 몰아넣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우디가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강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 외에도, 더 폭넓은 감산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징벌적 조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일일 원유 생산량을 현재 1200만배럴에서 850만배럴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전쟁을 벌이자 수입산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