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에볼라 치료제 후보물질 ‘렘데시비르’의 약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에 렘데시비르의 중국 임상시험 결과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공개되면서다.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미국 생명공학기업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즉각 성명을 내고 “낮은 참여로 조기 종료된 실험으로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문제의 문건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날 BBC와 파이낸셜타임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문건은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개선하거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의 임상시험은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58명에게는 렘데시비르를 주사했고 나머지 79명에게는 가짜 약(플라시보)을 주사한 뒤 한 달 뒤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환자의 환자수 대비 사망자 수 비율인 치명률이 가짜 약을 투약 받은 환자보다 오히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약 환자의 치명률은 13.9%이었고, 그렇지 않은 환자의 치명률은 12.8%였다. 다만 이 보고서는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문서로 정식 논문 형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즉각 성명을 통해 “보고서 초안이 부적절한 연구 특성들을 포함하고 있다. 낮은 참여율로 조기에 검사가 종료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번 첫 임상시험 결과는 공식 결과도 아니고 정상적으로 종료된 시험도 아니다. 하지만 설사 제대로 된 시험 결과였다고 해도 바로 렘데시비르를 폐기시킬 근거는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적은 수의 인원이 참여한 결과여서 여러 결과를 교차로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진행 중인 임상시험도 여러 건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이달 말이면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 임상시험 결과를, 5월 말이면 경증 환자 대상 임상 결과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렘데시비르에 앞서 먼저 첫 임상 결과가 나온 다른 치료제 후보물질도 임상에서 유망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보다 확실한 결론을 위해 임상은 계속되고 있다. 에이즈 치료제로서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시험 중인 ‘칼레트라’의 경우 19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임상시험 연구에서 효과가 없다고 지난달 의학학술지를 통해 발표됐지만, 여전히 국내외에서 시험 중이다.
렘데시비르는 가장 유망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로 꼽혀온 약물이다. 세포실험에서 적은 양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달 11일 미국 의학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은 이 약을 중증 호흡기 환자에 투약한 결과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중순에는 영장류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아직 플라시보와 비교하는 등 엄밀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WHO 역시 유력한 치료제 후보물질로 보고 전 세계 국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형 임상시험 ‘연대(Solidarity)’ 계획에 렘데시비르를 포함시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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