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대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주도… 최고 과학자 12명과 자산가들 참여
새 연구내용 검증해 정부에 보고… 2차대전때 ‘핵개발 TF’ 연상시켜
미국의 과학자 12명과 자산가, 산업계 인사들이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과학적 제언을 반영시키기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도운 과학자들의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이름을 따서 자신들의 활동을 ‘봉쇄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물리학도 출신의 벤처 캐피털리스트 톰 케이힐(33)이 이끄는 이 조직은 스스로를 ‘코로나19를 종식시킬 과학자’로 부르는 연구진, 이들의 연구를 정책 결정자에게 이어줄 네트워크를 지닌 자산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연구 영역은 화학, 면역학, 신경생리학, 감염병학, 원자력학 등으로 다양하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로스배시, 스튜어트 슈라이버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 등 세계적인 석학부터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와 같은 기업인도 참여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백악관과 제약사 및 연구진 사이에서 새로운 연구 내용을 검증하고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자청했다. 이들은 쏟아져 나오는 코로나19 관련 연구서를 하루에 약 20개씩 나눠서 읽어가며 내용을 검증하고 토론한다. WSJ에 따르면 모든 참가자들은 아무런 금전적 보상도 받지 않는 한편 올해 11월 미 대선이 있는 만큼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맹세했다.
이들은 17쪽 분량의 기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정통적이지 않은 방법을 시도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보고서에는 과거 에볼라 치료에 썼던 약물의 양을 늘려 코로나19 치료에 써보자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홍보했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일찌감치 승산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 신문은 해당 보고서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까지 전달됐다고 전했다.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 이사도 최근 이 보고서의 제언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미 식품의약국(FDA)과 보훈부는 특정 코로나19 치료 약품에 한해 제조 규제 및 조건을 없애자는 이들의 제안을 채택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바이러스 세포에 달라붙는 단세포 항체 약물을 가장 유망한 치료제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약물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특정 제약회사의 시설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했는데, 참가자의 인맥을 통해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FDA 승인을 즉각 받을 수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슈라이버 교수는 “우리는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공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