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코로나 발원지’ 대립 속 남중국해서도 군사 충돌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16시 18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도 군사 충돌 위기에 직면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배리함은 28일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 해역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중국은 인민해방군 군함과 군용기를 동원해 배리함을 몰아냈다. 또 “미국은 자국의 코로나19 방역에 초점을 맞추라”고도 주장했다.

미국은 최근 대만해협, 동중국해 등에서도 부쩍 작전을 늘리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10일 대만해협을 통과한 배리함은 당시 사실상 중국-대만의 휴전선 역할을 담당하는 ‘중간선’ 부근을 지났다. 사실상 중국 영해를 근접 항해하며 중국을 자극한 셈이다.

중국도 맞불을 놓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이 이끄는 항모전단 6척은 28일 일본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섬 간 해협을 통과하며 북상했다. 미야코 해협은 중국이 태평양으로 나오는 관문이자 대중(對中) 군사봉쇄를 위한 미국의 요충지다. 랴오닝함을 포함한 중국 항모전단은 11일에도 미야코 해협을 통해 남하해 남중국해로 나아가는 기동훈련을 전개했다. 특히 랴오닝함의 미야코 해협 왕복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18일에도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이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펼치자 여러 대의 군함이 아메리카함을 포위하듯 항해하는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양측이 남중국해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태평양에 파견한 상당수 항공모함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 중국이 영향력 확대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루스벨트함, 로널드 레이건함, 니미츠함, 칼 빈슨함 등 미 항공모함 4척은 코로나19 환자 대응 및 정비를 위해 모두 항구에 정박해 있다. 반면 중국은 최근 주변국과 분쟁을 겪고 있는 80여 개 지역에 중국식 지명을 부여하는 등 영유권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SCMP는 “코로나19 사태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군사 경쟁이 더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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