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육류 가공시설 문 열어라” 가동 명령…‘고기 대란’ 가능성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16시 48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25 전쟁 때 만들어진 국방물자법을 동원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고 있는 육류 가공시설에 대한 가동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최근 육류 가공시설의 폐쇄에 대해 “육류, 가금류 공급망의 기능을 위협하고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핵심 기반시설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육류 가공시설을 국방물자법 상의 ‘핵심 기반시설’로 간주하고 재가동을 명령한 것이다.

육가공시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국 내 최소 22개 육류 생산시설이 지난 2개월간 문을 닫았다. 미국 내 돼지고기 생산의 25%, 쇠고기의 10%가 감소한 것이다.

도축장 등 육가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판로가 막힌 미국 농민들은 남아도는 가축을 처분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미 농무부는 농민들이 갈 곳이 없어진 돼지를 살처분하도록 지원하는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돼지고기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아이오와 주의 상원의원 2명과 주지사가 행정부가 국방물자법을 발효해 육류 생산시설을 열고 폐쇄된 시설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뒤에 이 같은 조치에 나섰다”고 전했다.

미국은 현재 약 2주분의 냉동육 재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육가공시설 폐쇄에 따른 육류 대란이 곧바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생산시설 폐쇄가 확대되고 장기화하면 ‘고기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노조와 환경 단체들은 육류 가공시설 가동 명령은 ‘잠재적인 사형 선고’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육류 및 식품 처리 과정에서 최소 20명의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사망했고 5000명의 육가공 시설 노동자들이 감염돼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한편 미 노동부는 이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사업 활동을 하는 기업들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는 지침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육가공 회사들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기준을 준수할 경우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돼 소송을 당하는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경제 활동을 재개할 경우 소비자나 직원들로부터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행정부와 의회가 기업의 사업 재개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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