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한국, 방역대책 최고지만…심한 감시 사회” 주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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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겸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 전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76)가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격찬했다. 반면 서구사회의 방역 실패원인은 ‘안일주의’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27일(현지 시간) 프랑스 주간지 르푸앵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엄격한 선별적 격리 적용, 감염 집단 전수조사, 위중환자 입원 치료 등 신속한 대응으로 감염자가 많음에도 사망자가 적었고 전 국민 봉쇄도 피할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유교문화가 선별적 격리 조치의 성공에 기여했다. 한국인들에게 개인은 집단 다음”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휴대전화 정보를 이용해 감염자를 추적하는 것에 대해선 “한국인들은 이를 받아들인다. 매우 감시받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럽과 미국에 대해서는 “위험에 대한 ‘감각’이 부족했다”며 “코로나의 심각성을 부인하며, 막연히 방법만 생각한 탓에 귀중한 몇 달이 허비됐다”고 저직했다. 미국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실패를 승리로 바꾸려는 시진핑 주석의 망상적 선전으로 중국은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었고, 경제도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보다는 폐쇄주의, 극우주의 등 극단적 이념의 확산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는 막을 수 있고, 부채 역시 관리할 수 있다”며 “위험은 다른 곳에 있다. 특정 이데올로기가 확산돼 기업을 국유화거나 국제무역을 어렵게 하고, 시장경제가 파괴되는 것이 진짜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충분한 정책과 규칙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그 본질을 잊고 있었다는 게 코로나 사태의 교훈”이라고 분석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파리정치학교와 명문 그랑제콜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진보와 그의 적들’ ‘중국이라는 거짓말’ ‘Made in USA’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해 ‘프랑스의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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