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지키던 파월의 작심 발언 “강력한 재정의 힘 사용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0일 2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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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강력한 재정의 힘을 사용해야 할 때”라며 행정부, 의회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해 2분기(4~6월) 경제가 전례 없는 속도로 둔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평소 정치적 중립을 의식하며 행정부 및 의회와 ‘거리 두기’를 해 온 그는 이날 의회의 역할과 관련해 “더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이에 대한 답변은 ‘그렇다’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미 의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2조6000억 달러 이상의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다.

재정 적자 우려에 대해서는 “지금은 이런 우려를 근거로 행동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미국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 4.8% 하락했고, 월가에서는 2분기 성장률이 ―3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파월 의장은 “4월에 두 자릿수 실업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은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2020년대 후반에는 ‘L자형’의 ‘더 큰 경기침체(Greater Depression)’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 위기도 심각하다. 미 노동부는 30일 지난주(4월19~25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가 383만9000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3월 중순 이후 6주간 약 3028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더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제 활동 재개를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유럽에서도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은 30일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5.8%로 나타나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1분기 GDP 성장률은 ―5.2%로 잠정 집계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기로 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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