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주도한 감염병 전문가 닐 퍼거슨 런던 임피리얼칼리지 교수(52)가 5일 사퇴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격리 지침을 어겨가면서 연인과 만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코로나19 사망자 규모에서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2위가 된 영국이 코로나 대응에서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퍼거슨 교수는 성명을 내고 “잘못된 행동을 했다.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훼손해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정부의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퍼거슨 교수는 3월 19일 확진 판정을 받아 2주간의 자가 격리에 돌입했다. 정부는 4일 후 봉쇄령을 내렸다. 그는 3월 30일과 4월 8일 자택에서 연인 안토니아 슈타츠 씨(38)를 만났다. 퍼거슨 교수는 아내와 별거 중이며 슈타츠 씨는 남편과 아이를 둔 기혼 여성이다. 특히 3월 30일은 퍼거슨 교수가 “봉쇄령을 6월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날이어서 ‘내로남불’ 비판이 나온다.
그의 사퇴가 개인 일탈로 끝나지 않고 영국 방역 대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가 이끌고 있는 임피리얼칼리지의 감염병 연구소 ‘MRC센터’는 3월 16일 “강력한 억제 조치가 없으면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220만 명, 51만 명이 숨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후 집권 보수당은 기존의 ‘집단 면역’ 전략을 포기했다. 가디언은 “퍼거슨이 프랑스, 독일, 미국이 봉쇄령을 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의 사임이 정부의 권위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6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영국 사망자는 2만9427명이다. 이탈리아(2만9315명)를 넘어 유럽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고, 전 세계에서는 미국(7만2284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를 뜻하는 치사율도 15.1%다. 이로 인해 봉쇄령을 해제하는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아직 경제정상화 시점조차 잡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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