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추시보 편집장 “중국, 핵탄두 1천기로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8일 22시 07분


미중의 전방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를 대변해온 중국 유력 매체 편집장이 미국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핵무기를 1000개까지 늘여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은 8일 중국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 “중국은 최소 100기의 둥펑(東風·DF)-41을 포함해 단기간에 핵탄두를 1000기 수준으로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둥펑-41은 중국이 지난해 10월 건국 70주년 기념식에서 처음 공개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사거리가 1만2000~1만5000km에 달해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으며 핵탄두를 10기까지 탑재할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이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290기,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6185개, 6500개로 추정된다. 후 편집장은 현재 중국 핵무기 보유량의 3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그는 “중국은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더욱 큰 핵무기고로 미국의 전략적 야심과 중국에 대한 (군사적)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마도 얼마 안 가 중국은 매우 강대한 의지로 (미국의) 도전에 대응해야 하며 그런 의지는 둥펑, 쥐랑(巨浪) 계열 미사일과 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쥐랑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gs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이다. 중국은 미국 본토가 사정거리인 ICBM급 SLBM인 사거리 1만 km의 쥐랑-3을 지난해 말 시험 발사한 바 있다.

후 편집장은 “핵탄두 (보유) 수준이 (미국 억제에) 소용없다고 여기지 말라. 지나치게 유치하다”며 “핵무기는 충분히 보유만 하면 된다는 일부 전문가들은 어린 아이처럼 순진하다”고도 주장했다.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주장한 것이다.

이어 “어떤 이들은 나를 전쟁광으로 여기겠지만 중국은 갈수록 이성적이지 못한 미국과 힘든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며 “상대(미국)는 파워만 믿는다. 우리는 핵탄두를 늘려야 하느냐 마느냐로 쓸데없는 토론을 벌여왔지만 이제 이 일(핵탄두 증가)을 쟁취하는 것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중국에도 언론 자유가 있다. 후 편집장의 개인적 관점이지 그가 (정부) 정책을 제정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는 핵무기를 우선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일관되게 지켜왔고, 핵무기 관련 정책은 매우 제한적이고 절제돼 있으며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후 편집장은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중 갈등 등 국면에서 웨이보와 트위터를 통해 계속해서 글을 올려왔고 그의 글은 중국 정부의 속내를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그가 편집장으로 있는 환추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관영 매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국면에서 중국을 전례 없이 강하게 공격하는 미국에 대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 내부 강경파의 정서를 후 편집장이 표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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