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당했다가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가 미국 은행 3곳에 예치돼 있는 북한 자금 2379만 달러(약 292억 원)에 대한 세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미국 내 북한 자금에 대한 추적에 속도가 붙으면서 웜비어 씨 부부가 북한을 상대로 추진 중인 손해배상금 집행이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워싱턴연방법원은 이날 북한 관련 자금을 보유한 미국의 은행 3곳에 대한 ‘보호명령(protective order)’을 허가했다. 웜비어 부부는 2월 이들 은행에 동결돼 있는 북한 관련 자산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은행들이 ‘자산 정보 공개시 고객의 비밀 누설 행위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적인 보호를 확인하는 법원의 명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오토 웜비어의 모친인 신디 웜비어 씨가 법원에 보호명령 요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낸 것.
요청서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북한 자산 1757만 달러, 웰스파고는 동결자금 294만 달러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법 위반 자금 7만 달러 등 총 301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또 뉴욕멜론에는 총 321만 달러가 북한 자금으로 명시돼 있다. 웜비어 씨 측은 조만간 이 자금의 소유주와 주소, 계좌번호, 자금의 예치 배경 등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돈은 북한의 핵실험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동결된 채 이들 은행에 남아있던 북한 관련 자금.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테러범 자산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동결돼 있는 북한의 자산 규모는 2018년 총 7436만 달러에 이른다. 이번에 웜비어 씨가 보호 명령을 요청하면서 지목한 은행 3곳은 이들 동결 자금의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으로 확인된 셈이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웜비어 가족의 변호인들이 재무부에 의해 동결된 북한 자금 찾기에 나선 것”이라며, “북한 정권과 기관 소유 계좌의 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른 절차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웜비어 가족이 자동적으로 해당 계좌의 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웜비어 씨 부부는 2018년 4월 아들이 북한의 고문으로 사망했다며 워싱턴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2월 5억113만4683달러(약 5643억 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들은 판결을 바탕으로 북한 자산을 추적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압류,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배상금을 받아내 이를 북한 정권 압박 및 북한인권 개선 등에 쓰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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