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11일(현지 시간) 직원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시했다. 백악관은 이미 한 달 전 국민들에게는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는 지침을 전달하고도 이를 시행하지 않다가 내부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나오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를 비롯한 참모 및 직원들이 줄줄이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백악관이 오전 직원들에게 하달한 내부 메모에서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구역)에 출입하는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지시한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웨스트윙 출입을 자제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백악관 방문자들에 대한 준수사항 강화 등의 지침을 전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마스크 착용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단에 섰다. 마스크로 뒤덮인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자화자찬하면서 “우리는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백악관 직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 것에 대해 “내가 요구한 것”이라고 확인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로는 “나는 모든 이들과 꽤 멀리 떨어져 있고 다른 모 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자신과 긴밀히 접촉해온 케이티 밀러 대변인이 8일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날 정상 출근했다.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했을 경우 자가격리를 하라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과는 어긋난 움직임이다. 이를 놓고 “규정의 적용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의료용 N95 마스크를 생산하는 애리조나주의 하니웰 공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는 앞서 “여러 나라의 총리와 대통령과 왕과 여왕을 만나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및 이들과 접촉하는 고위 참모들은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으며 결과가 음성 판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TV카메라에 어떻게 비쳐지는지에 신경을 쓰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고 두려움 없는 리더의 이미지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이날 8만 명을 넘어섰고, 확진자 수도 134만7800명까지 늘어났다.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대부분의 주(州)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의 완화 및 경제활동 재개에 들어가면서 8월 초까지 사망자 예측치를 기존 13만4000명보다 3000명 늘어난 13만7000여 명으로 상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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