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를 둘러싸고 격렬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합의 재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책임론을 두고 중국계 기자와도 거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무역합의를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재협상을 하고 싶어 한다는 보도가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합의에 서명했다”며 “나는 관심이 없다. 그들이 서명한 합의를 지키는지 두고 보자”고 일축했다. 중국 해커들이 코로나19 백신 연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 주요 연구소와 대학을 공격했다는 보도에는 “중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코로나19를) 근원부터 막았어야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 도중 웨이자 장 CBS 기자와 거세게 대립했다. 장 기자가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횟수를 자랑하지만 많은 미국인이 숨졌다’고 하자 그는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중국에 물어봐야 할 질문이고 내게 묻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장 기자가 ‘왜 중국에 물어봐야 하느냐’고 재차 묻자 “그런 끔찍한 질문을 하는 누구에게나 그렇게 말한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회견을 중단하고 자리를 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중국계와 여성을 모두 차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거듭 강조하며 ‘배상’을 언급했다. 대중 강경파로 유명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에 수조 달러의 피해를 줬다. 미국인들은 어떤 형태로든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내부의 조언자들은 ‘기존 무역합의를 무효화하고 중국에 유리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당국자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 실패를 덮기 위해 중국을 모함하고 있다. 상황이 변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참모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채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는 모든 이와 꽤 멀리 떨어져 있고 다른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수십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승리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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