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와 30년 가까이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해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간의 갈등에 일본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서울발 기사에서 “위안부 출신 여성(이 할머니)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정의연)의 속사정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이 단체의 불투명한 회계문제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며 관련 소식을 다뤘다.
이 할머니는 앞서 7일 기자회견에서 그간 정의연이 받아온 기부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특히 정의연 이사장 출신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며 관련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활동을 해오던 이 할머니가 정의연 비판으로 돌아선 배경엔 윤 당선인과의 불화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소속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처와 회계처리 등 의혹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닛케이는 “위안부 문제가 성역(聖域)으로 다뤄지는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 활동가와 시민단체는 역대 정권의 대일(對日)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였다.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정의연은 각지에서 (위안부 피해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하고, 문재인 정권에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 파기를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닛케이는 “위안부합의 당시 생존해 있던 (피해자) 47명 가운데 35명이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00억원)을 지출해 만든 재단(화해·치유재단)으로부터 현금을 받았지만, 문 정권은 일방적으로 재단을 해산하고 합의를 형해화(形骸化)했다”고 주장했다.
닛케이는 “그동안 (한국에서) 위안부 출신이나 지원 단체에 관한 비판적 발언은 금기시돼왔다”면서 “그러나 이 할머니 회견 이후 보수야당 미래통합당은 ‘위안부 피해자를 이용했다’며 단체에 후원금 사용처 공개를 요구했고, 이에 윤 당선인은 ‘보수언론과 정당의 모략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연 관련 의혹이 보수와 혁신의 정치대립 쟁점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정의연이 기부금 유용 의혹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면서 “윤 당선인 때문에 비난전에 정계도 말려들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의 정계진출에 반대해왔다고 한다”며 “한국 언론은 지금껏 위안부 관련 지원 단체 비판에 신중했으나, 이 할머니의 ‘고발’을 계기로 단체의 회계·결산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횡령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도 “이 할머니의 비판을 시작으로 ‘혁신계’ 정의연에 비판적인 보수세력이 윤 당선인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면서 보혁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지지통신도 “이 할머니 기자회견을 계기로 정의연의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인 연일 보도되고 있다”고 한국 내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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